서울 이태원역 앞 도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과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로 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박상익 기자
서울 이태원역 앞 도로가 불법 주·정차 차량과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로 심한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박상익 기자
20일 오전 2시께 서울 이태원동 지하철 이태원역 앞. 밤 12시가 훨씬 지난 시간인데도 도로는 차들로 꽉 차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도로 폭은 왕복 4차로로 좁은 편이 아니지만 양쪽 가장자리에 늘어선 불법 주·정차 차량과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2개 차선을 점령하는 바람에 사실상 2차로나 다름없었다.

불법주차가 극심하다 보니 이태원로 주변 주말 심야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200여건에 달한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승용차 기준 4만원임을 감안하면 주말 밤마다 800만원이 넘는 과태료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연간 52주를 적용하면 연간 과태료만 4억원이 넘는 셈이다. 한남동이나 홍익대 앞, 강남 등도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지만 밤 12시가 넘은 심야시간에 수백 건의 주차단속이 적발되는 곳은 이태원로가 유일하다는 것이 담당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이태원로는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북한남 삼거리까지 3.1㎞ 구간. 한남대교를 이용하거나 한강대로를 이용하는 차량들이 좌우로 소통할 수 있는 남산 아래쪽 길이다. 이 중 녹사평역과 한강진역 사이 도로변에 밀집한 주점들을 이용하려는 차들이 불법 주·정차와 교통난의 주범이다. 이 도로는 1㎞가 채 안 되지만 주말 퇴근시간 자동차로 30분 이상 걸린다.

택시기사 이모씨(45)는 “주말에는 해가 뜰 때까지 교통체증이 풀리지 않기로 악명이 높다”고 말했다. 보광동 주민 한모씨는 “이태원역 주변 한남동 보광동 이태원동 주민들은 주말마다 집에 들어가는 길이 고역”이라고 불평했다.

주말 교통체증의 피해를 주민만 입는 것은 아니다. 이태원역 3번출구 앞에는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와 이태원119안전센터가 있다. 출동 명령이 떨어져 순찰차나 구급차를 운행하려 해도 앞뒤로 꽉 막힌 도로 탓에 쩔쩔맨다. 이태원파출소 관계자는 “신고 지역이 파출소에서 300~500m 떨어진 곳이라면 차를 타느니 걸어서 가는 게 빠르다”고 혀를 내둘렀다.

불법주차족은 100~200m 간격으로 10대 넘게 설치된 무인단속카메라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단속 공무원은 “외제차를 몰고 오는 불법주차족 상당수는 과태료를 주차비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역 주민은 “아무리 심야시간대라 하더라도 단속반을 집중 배치하고 견인차로 계속 불법주차 차량을 끌어가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당국이 업주들 눈치 보느라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