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원색의 옷과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아프리카 마사이족 여인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저자는 “아프리카는 평균 키가 가장 큰 마사이족과 가장 작은 피그미족이 공존할 만큼 다양성이 풍부한 땅”이라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강렬한 원색의 옷과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아프리카 마사이족 여인들. 《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 저자는 “아프리카는 평균 키가 가장 큰 마사이족과 가장 작은 피그미족이 공존할 만큼 다양성이 풍부한 땅”이라고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는 ‘그레이트 짐바브웨’라는 석조 도시 유적이 있다. 11~15세기 남아프리카를 지배했던 쇼나족이 만든 성채로, 자연 지형을 이용해 대형 석조 건축물을 세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럽인들은 이를 고대 이집트인이나 페니키아인, 혹은 그리스인의 업적이라고 여겼다. 아프리카인들은 열등해서 자체적으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유럽 중심주의 시각이다.

아프리카를 보는 또하나의 시각은 아프리카인 눈으로 본 아프리카의 역사다. 진보적 사관을 가진 아프리카 출신 학자들의 시각이라는 점에서 주체적이지만 아프리카를 다양성의 측면보다 근대 서구에 의한 침탈의 역사를 강조하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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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의 일대기》는 이런 두 시각에서 벗어나 아프리카의 역사를 자유로운 시선으로 있는 그대로 바라본 책이다. 저자 존 리더는 작가이자 사진기자이며 런던유니버시티칼리지 인류학과 명예교수다. 유럽 태생이지만 18세에 남아프리카로 이민을 가 아프리카 곳곳을 섭렵한 그는 아프리카 자체를 하나의 인격체로 간주하고 그 일대기를 서술한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겉모습과 내력에 해당하는 대륙의 형성, 지리와 기후, 생명의 탄생 등을 장대하게 훑은 다음 인류 역사를 이야기한다. 자연사와 문명사를 아우르는 방대한 저작이다.

저자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이자 무수한 동식물 종이 진화한 생명의 요람이다. 지구상에서 쓰이는 언어의 3분의 1인 2030여개 언어가 아프리카에 존재한다. 평균 키가 가장 큰 마사이족과 가장 작은 피그미족이 공존할 만큼 유전적 다양성이 풍부하다. 현생 인류(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도 1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나왔다.

이때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뻗어간 인구는 불과 수백명에서 기원 후 1500년 무렵 3억명을 넘어섰으나 아프리카 인구는 100만명에서 4700만명으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저자는 “인류의 발상지인 열대 환경을 떠남으로써 이주민들은 인간과 더불어 진화한 많은 기생충과 질병 유기체도 떨쳐낼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대신 아프리카 사람들은 척박한 토양과 변덕스러운 기후, 각종 해충과 기생충 등의 적대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교적 작은 집단을 이뤄 살았다.

저자는 지질학, 지리학, 기후학, 고고학, 고생물학, 미생물학, 언어학, 인류학, 농업경제학, 기생충학까지 섭렵하며 학제 간 연구의 진수를 보여준다. 기후 변화나 경쟁이 종들에 미치는 영향, 체내 수분을 유지하기 위한 포유동물의 효율적인 신체 냉각 체계, 아프리카의 자생적 문명과 외부 문명의 유입, 노예무역에 이은 백인의 아프리카 이주와 서구 제국의 각축 등을 입체적이면서도 다각도로 풀어내고 있다.

1000쪽에 육박하는 이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너무나 단편적이고 편견으로 가득차 있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는 야만, 야생동물, 흑인, 저개발, 더위, 검은 대륙 등의 몇몇 단어로 함축할 수 있는 땅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기엔 아프리카는 너무나 크고 다양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