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서 패한 원전수출…日에 설욕 벼른다
한국이 핀란드 원자력발전소 건설 수주를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막판에 일본 업체와 경합할 것으로 예상돼 정부는 지난 6월 터키 원전 수주전에서의 패배를 설욕한다는 각오로 일전을 벼르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다음주 유럽 순방길에 핀란드에 들러 수주를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한국전력기술, 두산중공업,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 삼성물산, SK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핀란드 원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3, 4호기와 동일한 한국형 원전 APR 1400 모델(140만㎾)로 입찰에 참여했다. APR 1400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를 186억달러에 수출한 모델이다.

한수원이 최종 협상자로 뽑힐 경우 한국은 처음으로 유럽에 원전을 수출하는 개가를 올리게 된다. 유럽은 세계 원전 시장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핀란드 수주에 성공할 경우 원전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동유럽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상을 주관하는 핀란드 원전회사 TVO는 올해 말에 최종 협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이 최종 협상자로 뽑히기까지는 경쟁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핀란드 올킬루오토 원전 4호기를 짓는 이번 수주전에서는 한수원, 일본 미쓰비시, 일본 도시바, 프랑스 아레바, 미국 GE·일본 히타치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일본 업체를 꼽고 있다. 터키 수주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일본과 격돌하는 것이다. 일본이 지난 6월 한국을 제치고 터키 원전을 220억달러에 수주한 터여서 한국으로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이다.

터키 수주전에서 확인한 한국의 주요 패인 중 하나는 원전 건설자금 조달 경쟁력. 반면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신뢰를 잃은 일본 정부는 국내 저리 자금 조달 능력을 무기로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금융 완화, 재정 지출 확대와 함께 아베노믹스 ‘세 개의 화살’로 불리는 성장 전략의 하나로 원전 수출을 꼽고 있을 정도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도 당초 지난 7월 발표하기로 했다가 미뤄둔 원전 수출에 대한 금융지원 대책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 내에서는 터키 수주전에서 일본에 밀린 것을 핀란드 원전 수주로 만회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두 나라가 사활을 건 수주 경쟁을 벌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원전 수출은 일반제품 수출과 다르다. 높은 외화가득률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해외에서 토목공사와 정유플랜트를 수주하면 10~15%의 외화가득률에 그치지만 원전은 30~40%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원전은 설계, 부품 생산, 연료 가공 등이 대부분 국내에서 이뤄져 고용 창출력도 매우 높다”며 “UAE 원전 수출로 국내 일자리가 약 1만개 생겨났다”고 평가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