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인근에 풍자화를 붙이다 경찰에 적발된 팝아티스트 이하씨(45·본명 이병하)에 대한 선고가 유예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7단독 전경훈 판사는 10일 전두환 전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제작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일대 벽에 붙인 혐의(경범죄 처벌법 위반)로 기소된 팝아티스트 이 씨에 대해 벌금 1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밝혔다.

전 판사는 "피고인은 정당한 예술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한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라고 본다"며 "다만 피고인의 범죄 전력이 없고 예술의 자유가 어느 정도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전 판사는 "전 대통령의 사진을 붙인 것은 당연히 예술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지만 예술의 자유라 할지라도 창작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있다"며 "창작의 자유는 아무 제한 없이 보장돼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17일 오전 1시∼3시 30분 연희동 일대 벽에 수의와 수갑을 착용한 채 29만원짜리 수표를 들고 서 있는 전 전 대통령의 포스터 55장을 청테이프로 붙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벌금 10만원에 약식기소됐지만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씨는 판결 후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바보 같은 재판"이라며 "벽에 그림을 붙인다고 해서 공공질서에 대단히 위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