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장인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MBA를 하면 일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고 경력개발에 대한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민정 한국GM 해외부문 차장, 김정선 에스티로더 이사, 김경진 제일기획 글로벌디지털캠페인팀 차장, 조주연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지원실 대리, 변수연 CJ주식회사 CJ ONE팀 대리.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여성 직장인은 결혼과 출산 등으로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하지만 MBA를 하면 일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고 경력개발에 대한 더 큰 목표를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민정 한국GM 해외부문 차장, 김정선 에스티로더 이사, 김경진 제일기획 글로벌디지털캠페인팀 차장, 조주연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영지원실 대리, 변수연 CJ주식회사 CJ ONE팀 대리.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해봐야 결혼하면 말짱 꽝인데…’ 하는 현실안주가 걸림돌입니다. 쉽지 않은 경영전문석사(MBA) 과정을 마치고 나면 일에 대한 열정도 커지고 직장인의 영원한 꿈인 ‘임원’에 대한 욕심도 생기게 됩니다.”

한국형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신세대 직장인의 경력 업그레이드 코스로 각광받고 있지만 여성 직장인들은 여전히 MBA의 문을 열어젖히는 데 주저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 등 현실적인 여성들의 고민과 만만찮은 경제적인 투자 등을 감안할 때 직장생활을 계속할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성 MBA는 경력개발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여성인력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요 대학 MBA를 졸업하고 직장 내에서 ‘작은 성공’을 이뤄낸 여성 직장인 5명과의 좌담을 통해 ‘여성으로서 MBA’의 장점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MBA가 경력 전환이나 연봉 상승에 도움이 됐나요.


△김경진 제일기획 글로벌디지털캠페인팀 차장=공대를 졸업하고 엔지니어로 일했는데 MBA과정을 밟고 경력 전환에 성공했다. MBA 취득 후 컨설팅업계에서 3년간 마케팅 전략 업무경력을 쌓은 뒤 옮겼다. 연봉도 올랐다. 전 직장에서 3년간 평사원이었다가 컨설팅업체로 옮기면서 연봉이 올랐고 제일기획 차장으로 입사했다. KAIST 테크노MBA는 이공계 출신이 많은데 경력 전환에 많은 도움이 된다.

△김정선 에스티로더 이사=경영진이 되는 준비과정으로 MBA를 했다. 임원이 되려면 MBA는 당연한 코스라 생각한다. 성균관대 SKK GSB MBA에서 배운 자금조달이나 인재개발 등 기업경영 등이 실전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변수연 CJ주식회사 CJ ONE팀 대리=금융회사에서 고객관계관리(CRM)를 담당하다 MBA를 통해 경력을 업그레이드했다. MBA 졸업 후 여러 회사에서 영입 제안이 와서 회사 선택이나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측면이 많았다.

△조주연 전국경제인연합회 대리=당장 승진이나 연봉 인상 등 큰 변화는 없었으나 업무를 폭넓게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산업보안 MBA를 하면서 정보기술(IT) 보안과 관련해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관리 쪽으로도 시야가 넓어졌다.

△김민정 한국GM 차장=현 직장에서 대리로 승진하자마자 연세대 MBA에 입학했는데 2학기 만에 차장으로 승진했다. 대리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는데 빨라야 4년 걸리는데 곧바로 승진한 셈이다. 그러나 MBA는 연봉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성취감인 것 같다. 어려운 일을 성취했다는 점이 동기 부여가 돼 더 노력하게 된다고 본다.

인적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장점도 있다는데.

△조 대리=산업보안을 다루다 보니 입학생들이 IT 엔지니어, 변호사, 경찰, 언론인 등 여러 분야에서 평사원부터 고위급 임원까지 다양하게 모였다. 강연자도 국정원, 정보보안업체, 대기업, 다른 대학 등에서 와서 강의를 해주니 학문적으로나 인적 네트워크로나 모두 도움이 됐다.

△김 이사=인디애나주립대 켈리스쿨과 복수학위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 모두 외국인이 섞여 있었다. 글로벌 기업의 경영혁신 사례나 통계자료를 보면서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는 느낌이었다.

△변 대리=서울대 글로벌 MBA에는 대부분 외국학교 출신이 왔다. 뉴욕에서 검사하던 친구나 보석디자이너 등 한국에서 일하기 위해 들어온 학생들이 많다.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김경진 차장=졸업 직후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현안에 대한 솔루션을 찾는데 동문네트워크를 활용하게 된다.

[한국형 MBA가 뜬다] "결혼하면 말짱 꽝?…MBA 따고 열정·임원 욕심 더 커졌죠"
여성으로서 MBA가 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김민정 차장=여성 입학생은 30% 정도였다. MBA를 하면서 뭔가를 이루겠다는 생각이 처음부터 들지는 않았지만 끝내고 나니 일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경력개발을 계속 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김 이사=남자와 달리 여성들은 MBA를 나와서 커리어를 계속 할지 두려워한다. 졸업 후 사회에서 충분히 활용하고 목표한 데까지 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있다. 그러나 여자도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어야 궁극적으로 국가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본다.

△김경진 차장=2년간 공부하면서 결혼 등 기회비용을 따져보면서 직장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걱정한 것보다 MBA 취득의 장점이 더 많은 것 같다.

△변 대리=결혼 후 가정일에 더 신경쓰다 보면 회사일을 제쳐두고 돈 써가며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여성은 섬세하고 남자와 달리 사심이 적은 편이어서 강점이 많다. MBA를 하면서 남성의 강점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후배 여성에게 조언을 한다면.

△조 대리=20대와 30대 때에 각각 고민이 다를 텐데 MBA를 해도 40대가 될 것이고 안해도 40대가 될 것이다. MBA가 학위증만 남는 데 그치지 않도록 배우는 내내 나를 자극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며 폭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 졸업 후에는 반드시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다.

△김 이사=본인이 성장하고자 하는 꿈이 있다면 MBA에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생활의 균형을 찾고 체력 안배를 잘해야 한다. 포기하고 싶거나 MBA 입학을 후회할 수도 있는데 과정을 끝내면 스스로 커진다는 긍정적 생각을 가져야 한다.

△김경진 차장
=다양한 분야에서 온 사람을 만나다 보면 휩쓸리기 쉽고 무작정 그 분야로 따라가려 하기 쉬운데 자신을 객관화해서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MBA 과정 중에도 여자가 나서서 프로젝트를 조직하기보다는 따라가고 참여하는 정도로 그치려는 경우도 있다. 기왕 결심하고 MBA를 한다면 조금 더 공격적으로 리드하는 게 좋겠다.

△변 대리=MBA를 하려는 후배들이 질문하면 ‘네가 공부하는 2년을 즐길 준비가 돼 있으면 하라’고 얘기해준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왔고 사회적으로 잘난 사람들이어서 나의 못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장점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김민정 차장=MBA 과정을 하면서 회사가 충분히 지원하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GM처럼 지원을 잘해주는 회사는 편한데 그렇지 않으면 힘들 수 있다.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데.

△김 이사=전체 교수의 70%가 외국인인데다 1주일에 영어로 된 케이스 스터디 100장을 읽고 가야 한다. 수업에서는 학생과 교수가 토론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점이 좋았다. 동료들과 수업 이후 혹은 날을 따로 잡아 같이 공부하면서 팀워크도 기르고 모르는 부분도 배우고 도움이 됐다.

△변 대리=100% 영어수업이다 보니 많이 배우지 못할까봐 겁이 나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영어 표현이나 어휘 등이 많이 교정됐다. 다양한 케이스를 배우니 리더십도 생겼다.

△김경진 차장=집이 서울인데도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 팀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새벽 2시에 과제가 끝나기도 했다. 혼자 일하는 데 익숙했는데 토론하고 팀 단위로 프로젝트 임무가 주워져 많이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런 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됐다.

정리=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