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업재편 2탄'…SDS와 SNS 합병
삼성SDS가 삼성SNS를 합병한다. 제일모직이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는 데 이은 삼성의 두 번째 사업 구조조정이다. 삼성은 네트워크 관련 사업을 하는 두 회사 간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재계는 경제민주화에 대응해 계열사 수를 감축하고,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해석한다. 또 두 건의 사업구조조정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사진)의 전자·통신 부문 지배력을 강화함으로써 후계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SDS+SNS=네트워크 시너지

삼성 '사업재편 2탄'…SDS와 SNS 합병
시스템통합(SI) 기업인 삼성SDS는 삼성SNS와 합병한다고 27일 공시했다. 합병가는 삼성SDS 7만5220원, 삼성SNS 3만4789원으로 평가됐고, 합병비율은 1 대 0.46로 결정됐다. 11월13일 주주총회를 거쳐 12월19일 합병한다.

삼성SNS는 1993년 삼성전자에서 분사돼 지난해 서울통신기술에서 삼성SNS로 이름을 바꿨다. 네트워크 구축사업과 카메라모듈 하이패스단말기 디지털도어록 등을 만들어 작년에 매출 5124억원, 세전영업이익 511억원을 올렸다. 최대주주는 지분의 45.69%를 보유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다.

삼성SDS는 삼성SNS의 네트워크 인프라 설계·구축 역량을 활용해 중동, 중국 등 해외로 확대중인 ‘스마트타운’ 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쇼핑몰 도서관 박물관 등에 정보기술(IT)망을 구축해 편리하고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스마트타운 사업에 삼성SNS의 통신 인프라 기술을 활용하고, 홈네트워크·보안시스템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쏠리는 힘

연이은 사업 구조조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입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의 2대주주(최대주주는 삼성전자 21.67%)로 8.81%를 갖고 있다. 이번 합병이 끝나면 지분율은 11.26%로 높아진다.

제일모직 패션사업을 사들인 에버랜드도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25.10%)다.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덩치가 커진 만큼 지분 가치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소재전문기업으로 변신한 제일모직도 전자 계열사로 이 부회장이 관장하게 된다.

에버랜드와 삼성SNS의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이들 주식을 가진 이 부회장은 올해 일감몰아주기 관련 증여세를 100억원 가까이 냈다. 상속·증여세법 개정으로 올해부터 내부거래 비중이 30%를 넘는 회사의 지분을 3% 넘게 갖고 있는 총수 일가는 증여세를 내야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삼성SNS의 내부거래 비중은 55.6%인데, 이번 합병으로 회사가 사라진다. 매출액 3조원에 내부거래 비중이 46.4%인 에버랜드도 패션 매출 1조8000억원을 더해 내부거래 비율을 30%대로 낮출 수 있다. 당장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빠지진 않더라도, 가능성은 커진다. 삼성으로선 계열사 수를 줄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추가 개편 대상은

다음 개편 대상으로는 삼성석유화학과 삼성엔지니어링이 꼽힌다. 삼성석유화학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최대주주(33.18%)다. 이에 따라 삼성석유화학과 제일모직과의 합병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재전문회사로 키우려는 제일모직은 삼성 측 지분이 10% 미만(삼성자산운용 불포함)이어서 지분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내부거래 비중이 12%인 삼성석유화학도 공정위가 추진중인 일감몰아주기 과징금 대상(내부거래 10% 이상)에서 빠질 수 있다.

삼성물산이 엔지니어링 지분을 사들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물산은 올 상반기까지 엔지니어링 지분이 없었으나 하반기에만 1.82%를 샀다. 향후 건설부문 지배권을 한곳에 몰아주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현석/윤정현/김보영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