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라 현실에서 해결책을 찾아라

[비즈&라이프] 침몰직전 야후, 부활 이끈 메이어 CEO의  2가지 비결
위기에 빠진 P&G를 성공적으로 부활시킨 앨런 조지 래플리와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꼽히는 GE의 전임 CEO 잭 웰치에겐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위기 상황에서 CEO로 임명돼 회사를 부활시켰지만, 임기를 시작한 첫날 언론의 엄청난 관심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고백했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처음 자리에 오른 CEO는 자신의 새로운 역할과 능력에 대해 적잖이 고민한다. 훗날 웰치는 자서전에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충고했고, 래플리는 200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글(What only the CEO can do)에서 ‘조직의 외부와 내부를 연결시키라’고 조언했다.

마리사 메이어 야후 CEO가 화려한 캐치프레이즈나 조급한 신사업 진출보다는 경쟁력이 악화된 서비스를 과감히 없애면서 기존 사업을 추스르고 있는 행보는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또 벤처기업 인수를 통해 우수 인재를 영입하고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고무적이다. 외부인들은 정확히 알 수 없는 ‘야후 병’의 원인을 찾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취임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메이어 CEO의 향후 행보도 그가 마련한 자금(야후는 중국의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해 60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했다)과 인재를 기반으로 어떻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야후의 미래가 ‘모바일’과 ‘개인화’에 달려 있다고 천명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이지는 않다. 결과적으로 주주와 투자자, 이사회 등을 설득해 어떻게 단기 성과와 장기 경쟁력 사이에서 균형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웰치는 20년간 GE를 이끌었고 래플리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P&G를 진두지휘했다.

잡스가 야심차게 선보인 아이팟도 2004년이 돼서야 비로소 많이 팔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많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전과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뚝심있게 실행할 최소한의 기간을 확보하는 일은 CEO의 무덤이라 불리는 야후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과제일지 모르겠다.

야후의 환골탈태는 질서있는 변화를 이끈 CEO의 능력 덕분이다

최근 야후는 그동안의 지지부진했던 모습을 일신하고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의 명성을 빠르게 회복해가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 38세의 여성 CEO 메이어가 자리하고 있다. 메이어 CEO는 지난 5년간 성과 부진으로 무려 5명의 CEO가 교체되며 CEO의 무덤으로 불리던 야후를 불과 1년 만에 방문자 수에서 구글을 앞지르고, 주가도 100% 넘게 오르는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감자로 바꿔놨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첫째, 메이어 CEO는 경쟁사인 구글에서 스카우트된 외부 인사로서 야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야후 내부의 인재들이 갖고 있는 매몰된 시각에서 벗어나 기업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 야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보다 효과적인 처방을 할 수 있었다.

둘째, 메이어 CEO는 성장 정체와 혁신 부재라는 야후 병을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했다. 텀블러와 같은 다수의 유망한 기업을 인수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했고 인재도 얻었다. 또 재택근무 폐지를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 간 소통 증가를 이루며 혁신의 토대를 구축했다.

셋째, 이런 일련의 변화가 질서있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최고경영자가 조직의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추구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올바른 전략적 방향이라고 믿고, 조직 구성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실행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HP 최초의 여성 CEO였던 칼리 피오리나는 새로운 전략적 방향으로 ‘New HP Way’를 주창했다. 그러자 HP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던 조직 구성원들은 이를 ‘기존 HP Way는 진부하고 오래된, 그래서 버려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피오리나 CEO는 컴팩과의 합병 등 굵직굵직한 일들을 선보였지만 조직 구성원들과의 갈등 속에서 결국 회사를 떠나야 했다.

반면 메이어 CEO는 취임 후 모바일 중심이라는 새로운 회사 비전을 설정한 뒤에도 비용 감소를 위한 정리해고나 눈에 띄는 대대적인 신사업 진출이 아니라 인재 확보, 성장 잠재력 확충 등 조직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을 통해 구성원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도 조직의 새로운 비전을 향해 한걸음씩 움직여갔다.

[비즈&라이프] 침몰직전 야후, 부활 이끈 메이어 CEO의  2가지 비결
미국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가장 주목받는 경영자 중 한 사람이다. 구글 출신의 38세 여성 CEO인 메이어는 침몰하던 야후에 부활의 생기를 불어넣고 있는 주인공이다.

야후는 지난 8월 한때 구글을 누르고 미국 포털사이트 방문자 수 1위에 오르며 ‘잊혀져가던’ 기업에서 ‘되살아나는’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메이어가 지난해 7월 CEO에 오른 뒤 1년 새 주가도 15달러 수준에서 30달러 안팎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메이어 CEO는 취임 후 야후의 문제를 2000년대 중반 들어 구글이 부상하자 우수 인재들이 야후로 오는 걸 꺼렸고, 그 결과 새로운 시도를 할 능력을 잃어버린 데서 찾았다.

이후 그는 1년 남짓한 기간에 시장에서 실패했다고 평가받은 곳을 포함, 무려 22개의 기술 벤처를 사들였다. 새로운 기술 확보 외에 사람을 모으면서 실패한 경험까지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혁신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며 토론하고 소통할 때 생긴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재택근무도 없앴다. 메이어는 그렇게 죽어가던 야후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성공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