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여전히 저커버그만 언급하는 '창조경제'… 구체성이 없다
"두 분, 서로 떠넘기기 하시는 거 아니죠? (웃음)"

10일 오후 미래창조과학부가 청년창업 주제의 '화(話)창한 미래콘서트'를 개최한 한양대 백남학술정보관. 150여 명의 대학생들이 들어찬 회의실에 최문기 장관과 이 대학 임덕호 총장이 마주앉았다.

"카페와 도서관을 전전해야 하는 창업 준비 대학생들을 위해 캠퍼스에 공간을 마련해달라"는 학생의 요구에 최 장관은 "창업공간 문제를 정부도 고민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대학이 직접 준비해주는 게 가장 손쉬운 길인 것 같다"며 임 총장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이에 임 총장은 "창업보육센터 등을 통해 인큐베이팅 공간을 지원하고 있지만 창업 초기에 준비하는 학생을 위한 공간에는 미처 신경을 못썼다"며 "정부에서도 (지원책을) 검토해줬으면 한다"고 답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줄곧 창조경제와 청년창업을 강조했지만 정작 기초공간 마련에도 소홀한 모습이 엿보이는 대목. 정부는 대학의 자체적 노력을, 대학은 정부 지원책을 언급하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주무부처 장관이 설명하는 창조경제의 개념도 여전히 두루뭉술했다.

최 장관은 "아이디어와 노트북, 서버 3가지만으로 기업가치 1000억 달러의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의 사례가 바로 창조경제"라며 "창조경제는 국민 누구나 갖고 있는 창의력을 활용해 자산을 만들고 이를 확대해 산업과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며, 미래부는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부처"라고 덧붙였다.

대학생 대상 행사임을 감안해도 기존 발언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제는 창조경제 개념 풀이나 원론적 수준의 언급보다는 구체적 비전과 세부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사에 참석한 한 대학생은 "한때 무조건 스티브 잡스를 언급했던 것처럼 청년창업, 창조경제 하면 저커버그 사례만 얘기해 식상한 감도 있다"며 "사실 학생들은 공간 부족 같은 기초적 문제를 얘기하는데 거기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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