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초음속기 T-50i, 인도네시아 '수출 비행'
국산 초음속기 T-50i, 인도네시아 '수출 비행'
10일 오전 11시 경남 사천시 공군 제3비행훈련단 비행장. 굉음을 내며 활주로를 달리던 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i가 인도네시아를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지켜보던 관객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최초의 국산 초음속 항공기가 처음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순간이었다. 양산 10년 만에 해외 진출을 성사시킨 KAI 엔지니어들은 눈가를 훔쳤다.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 수출에 잇달아 실패한 뒤 일궈낸 성과다. 하성용 KAI 사장은 “모두가 쉽지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현대자동차 포니가 그렇게 처음 미국에 수출됐듯이 국산 훈련기도 해외에서 인정받는 날이 왔다”고 말했다.

하 사장은 “이제 우리 기술력으로 만든 초고성능 훈련기와 전투기가 전 세계 하늘을 누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사천 비행장을 출발한 T-50i 2대는 7시간 동안 총 5600㎞의 거리를 비행해 11일 인도네시아에 도착한다. 조종사가 직접 훈련기를 몰고 비행한 뒤 인도하는 페리비행(ferry flight) 방식으로 전달된다. 이를 위해 KAI 조종사 4명이 1대에 2명씩 훈련기에 탑승했다.

이 방식은 다른 나라의 영공을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숙련된 조종사가 필요하고 비행과정에서 기후변수, 사고위험이 있다. 그렇지만 항공기를 분해해 선박이나 화물기로 운송한 뒤 현지에서 조립하는 것보다 시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KAI는 오는 12월까지 2대씩 모두 8회의 페리비행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계약한 16대를 모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경유국가의 협조를 받고 비행 일정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계약상 납품기한을 4개월 단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KAI는 T-50i가 한번 채운 연료로 최대 2시간가량 운항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비행구간을 4개로 나눴다. 1차 목적지인 대만 카오슝까지 1600여㎞를 2시간가량 비행한 뒤 다시 필리핀으로 이동해 하루를 머무르고 다음날 인도네시아 스핑간을 경유해 최종 목적지인 이슈와휴디에 도착하는 일정이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스웨덴에 이어 여섯 번째로 초음속 항공기를 수출하는 국가가 됐다. KAI는 이번 인도네시아 수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생산유발(6억5000만달러)과 부가가치 창출(1억7000만 달러)을 포함해 총 8억2000만달러(약 89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7700명의 신규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하 사장은 “T-50i의 대당 가격은 2500만달러(약 271억원)로 중형차 1000대 값”이라며 “인도네시아에 16대를 공급한 것은 중형차 1만6000대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T-50i는 이라크, 필리핀에 훈련기 24대와 12대를 수출하는 내용의 약 30억달러 규모의 계약 체결이 임박했고, 이스라엘과 폴란드 수출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하 사장은 “최근 폴란드와 기술 미팅을 가졌는데 2~3년 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와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출 협의를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T-50i

초음속 고등 훈련기 T-50을 인도네시아 공군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개조한 기종이다. T-50은 KAI가 미국 록히드마틴과 F-16을 기반으로 공동 설계했으며 2005년 10월 양산에 들어갔다.

2008년 3월부터 한국 공군에 60대가 배치됐다. 러시아의 경쟁기종 Yak-130을 물리치고 2011년 5월 인도네시아와 16대의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최초로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사천=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