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세종청사서 중진회의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정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세종청사서 중진회의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회의에서 정국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은 내년에 세 부담 증가가 없도록 하고 연봉 55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 직장인은 세 부담 증가 수준을 2만~3만원으로 낮추겠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원점 재검토’ 지시를 받고 지난 13일 내놓은 내년 세법 개정 수정안의 핵심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동일 소득 구간의 평균일 뿐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정부의 세법 수정안을 토대로 샐러리맨의 내년 세 부담 증감을 분석한 결과 같은 연봉대의 직장인이라도 실제 세 부담은 개인별로 편차가 극심했다.

○6세 이하 자녀 많을수록 세 부담 커져


중산층 추가 稅부담 2만~3만원으로 준다지만…개인별 '천차만별'
예를 들어 연봉 6000만원을 받는 직장인 중에서 내년에 53만원 넘게 세금을 더 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8만원 가까이 덜 내는 직장인도 있다. 6세 이하 자녀가 많을수록, 노후 대비 연금저축 납입액이 클수록, 의료비나 교육비 지출이 많을수록 중산층 이상의 세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 6000만원이고 6세 이하 자녀 셋을 기르면서 매년 연금저축으로 400만원, 보장성 보험료로 100만원, 두 자녀 교육비로 400만원, 의료비로 200만원을 쓰는 직장인 A씨를 보자. 정부의 세법 수정안이 확정되면 A씨의 내년 세 부담은 53만2500원 증가한다.

가장 큰 이유는 다자녀 관련 소득공제가 내년에 세액공제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올해 소득분 연말정산에선 6세 이하 자녀공제 300만원(자녀 한 명당 100만원), 다자녀추가공제 300만원(두 자녀에 대해 100만원, 셋째 200만원)을 합쳐 다자녀 관련 소득공제로 600만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A씨의 근로소득세율 15%를 적용하면 연말정산 때 다자녀 관련으로 90만원을 돌려받는다.

하지만 내년에는 이 같은 다자녀 관련 소득공제가 자녀 두 명까지는 1인당 15만원, 셋째부터는 1인당 20만원의 세액공제로 통폐합된다. 따라서 A씨는 다자녀 관련 세액공제로 50만원만 돌려받게 된다. 올해와 비교할 때 내년에는 연말정산 환급액이 40만원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금저축과 보장성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가 세액공제(세액공제율 12%)로 전환되는 것도 A씨에겐 타격이다. 올해는 연금저축은 연간 납입액 400만원까지, 보험료는 100만원까지 소득공제된다. 세율 15%를 적용하면 A씨는 연금저축에서 60만원, 보장성보험에서 15만원을 환급받는다. 이에 비해 내년에는 연금저축에서 48만원(400만원×세액공제율 12%), 보장성 보험에서 12만원(100만원×12%)만 환급받게 돼 올해보다 15만원 손해다.

여기에 월급쟁이의 기본 비용으로 간주해 과세 대상 소득을 산출할 때 무조건 빼주는 근로소득공제액이 올해 1350만원에서 내년엔 1275만원으로 줄어든다. 이를 세금으로 환산하면 연말정산 환급액이 11만2500원(75만원×세율 15%) 줄어든다.

다만 정부가 최근 중산층 세금 부담 경감을 위해 근로세액공제 한도를 50만원에서 63만원으로 높이기로 한 게 A씨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다. 세금이 13만원 줄어들기 때문이다.

교육비나 의료비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되지만 세액공제 비율이 15%로 A씨의 소득세율(15%)과 같아 세 부담이 달라지지 않는다. 교육비로 400만원을 썼을 때 소득공제로 계산하나 세액공제로 계산하나 모두 60만원을 돌려받게 돼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연금저축 많아도 연말정산 땐 불리

6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면서 중학생 한 명, 고등학생 한 명을 키우는 직장인 B씨는 어떨까. B씨는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저축으로 연 400만원, 보장성 보험료로 연 100만원, 교육비로 200만원, 의료비로 100만원을 쓰고 있다. 연봉은 A씨와 같지만 B씨의 내년 세 부담은 올해보다 7만7500원 줄어든다.

B씨에겐 다자녀 관련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된 게 효자 노릇을 한다. B씨는 올해 어차피 6세 이하 자녀공제를 못 받고 다자녀추가공제로 100만원(두 자녀에 대해 100만원)만 받는다. 소득세율 15%를 적용하면 다자녀 관련 연말정산 환급액은 15만원뿐. 반면 내년엔 자녀 한 명당 15만원씩 30만원을 돌려받아 15만원 이득이다.

보장성 보험(세 부담 3만원 증가)과 연금저축(6만원 증가), 근로소득공제(11만2500원 증가) 항목에선 세 부담이 늘어나지만 교육비와 의료비는 변화가 없고 근로세액공제에서 13만원을 더 돌려받게 돼 결과적으로 세금이 올해보다 감소하는 것.

A씨와 B씨처럼 개인에 따라 연말정산 셈법이 달라지는 사례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특히 6세 이하 자녀 수가 많을수록 세 부담 측면에선 불리하다. 예컨대 소득세율 15%가 적용되는 연봉 6000만원 안팎 직장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6세 이하 자녀가 한 명이면 세 부담이 달라지지 않지만 두 명이면 올해보다 세 부담이 15만원 늘고, 세 명이면 40만원 늘어난다. 반면 자녀 나이가 6세를 넘으면 한두 명일 때 15만원, 세 명일 땐 5만원을 올해보다 덜 내게 된다. 정부가 출산을 장려하면서 다자녀가구에 불리한 세제 개편을 추진하는 데 대해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금저축도 마찬가지다. 1년에 납부하는 연금저축액이 100만원씩 늘어날 때마다 3만원씩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든다. 연금저축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율(12%)이 연봉 6000만원 안팎 직장인의 소득세율(15%)보다 3%포인트 낮게 책정된 데 따른 현상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