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단전부터 단계적 조치될 듯…北, 닷새째 무반응

개성공단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마지막 회담 제의에 북한이 닷새가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 판문점 연락관은 2일 오전 9시 업무 개시 통화를 했으나 우리 측의 개성공단 회담 제의에 북측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정부는 아직은 차분한 호흡으로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회담 제의시 예고한 '중대 결단'의 시기는 점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도 다가오는데 북한의 답변을 무작정 기다릴 수는 없으며 결정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며 "여러 가지 안을 놓고 내주에 좀 더 검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9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한미연합군사연습인 UFG가 시작하면 사실상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경색 국면으로 전환된다.

'중대 결단'을 검토, 확정해 북측에 통보하고 이후 따르는 세부 조치를 이행하려면 다음 주가 사실상 '데드라인'이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해지는 대목이다.

우리 정부의 조치가 단계적일지, 단번에 이뤄질지는 미지수지만, 결국 그 종국에는 개성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조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5월 개성공단 전원 철수 이후 최소한으로 보내던 전기를 완전히 끊는 것부터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우리측 인력 철수 후 공단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때 보내던 하루 10만㎾의 전력을 3천㎾가량으로 줄였다.

이는 현지의 정밀 생산 장비와 공단 시설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전력으로, 이를 끊는다는 것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단전이 되면 개성시에 생활용수를 하루 1만5천t씩 공급하는 월고저수지 정배수장의 가동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해 입주기업 피해를 보전해주고, 북측에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방안 등도 병행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당장 개성공단을 폐쇄하기보다는 모든 책임을 북측에 전가하면서 단전부터 시작할 것"이라며 "이후 북한에 손해 배상을 요구하면서 국제법적인 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