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도 Royal Baby 처럼
영국 왕실 윌리엄-케이트 부부의 첫 아들 탄생을 계기로 ‘로열 베이비(royal baby)’ 열풍이 불고 있다.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이 로열 베이비가 4000억원에 달하는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이 예측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건 아니다. 고급 유아용품 시장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아용품 업체 YKBnC의 오수연 과장은 “윌리엄-케이트 부부가 구입할 것이란 소문이 도는 육아용품은 벌써 해외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여러 브랜드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아기 침대·카시트도 특별하게

스토케 '마이 캐리어'
스토케 '마이 캐리어'
영국 왕실에서 전통적으로 애용하는 유모차는 영국 실버크로스의 ‘발모랄(Balmoral)’이다. 1877년 영국 왕실에 처음 헌정된 이후 꾸준히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생아부터 4세까지 쓰는 이 유모차는 가격이 600만원을 넘는다. 1000번의 수작업을 거쳐 완성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을 내세워 고소득층에 인기가 높다.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가 셋째 공주를 낳은 뒤 사들인 유아용 카시트도 눈길을 끈다. 네덜란드 맥시코시의 ‘카브리오픽스(cabriofix)’다. 돌이 될 때까지 쓸 수 있는 이 카시트는 강한 충격에도 아기 척추와 머리를 보호하는 안전성을 내세우고 있다. 무게가 3.25㎏으로 가벼워 베이비 캐리어나 요람으로도 쓸 수 있고 퀴니, 스토케, 부가부 등 고급 유모차와 자유롭게 호환이 되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국내에선 37만원에 팔린다.

프레데리크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 부부는 덴마크 브랜드 리엔더의 아기 침대를 쓴다. 지난해 여수세계박람회 관람을 위해 한국을 찾았을 때도 이 침대를 직접 들고 왔다. 스칸디나비아 청정 지역의 고급 원목을 썼고, 성장 단계에 맞춰 침대 길이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어 1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한국 가격은 220만~230만원 선인데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리고 있다.

내 아이도 Royal Baby 처럼

●장인이 만드는 ‘왕실의 장난감’

마사코 일본 왕세자빈은 딸 아이코 공주를 위한 장난감으로 일본 완구 브랜드 나카요시를 애용한다. 시코쿠 지방의 최고급 목재를 엄선해 장인들이 벌목부터 가공까지 손수 마치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아기가 입에 물고 빨아도 안전해 상류층의 출산, 백일, 첫돌 선물로 인기다. 나카요시 장난감 중 극소량만 생산하는 ‘아카짱 세트’는 왕실 아기만 갖고 놀 수 있는 일종의 특권이라고 한다.

프랑스 완구 브랜드 스모비는 주방용품 브랜드 테팔과 손잡고 ‘미니 테팔 주방놀이 엑셀런스’를 내놨다. 3세 이상부터 쓰는 소꿉놀이 장난감인데 가격이 39만원에 달한다. 오븐, 토스터, 프라이팬부터 각종 식기까지 완벽하게 갖췄다. 부모와 함께 역할 놀이를 하면서 사회성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르웨이에서 온 스토케는 국내에서 고가 유모차로 유명세를 탔지만 다른 육아용품도 다양하게 나와 있다. 최근 주목받는 상품은 이른바 ‘아빠 아기띠’로 불리는 ‘마이 캐리어(My Carrier)’다.

옛 어머니들이 아기를 업을 때 쓴 포대기처럼 아이를 편안하게 안고 다닐 수 있도록 해 준다. 남성들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새 흐름에 맞춰 인기를 끌고 있다. 견고한 안전띠에 알루미늄 등받이를 갖춰 장시간 착용해도 허리 통증이 없도록 했고, 북유럽 특유의 감성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가격은 29만8000원.

●“한국에 왜 안 들여오냐” 아우성도

‘내 아이도 로열 베이비처럼’ 키우길 원하는 부모들의 열망은 백화점뿐 아니라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나타난다. 해외구매 대행 사이트인 이베이쇼핑에서는 올 들어 유아용 명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었다.

네덜란드 퀴니의 최고급 유모차 ‘무드(moodd)’는 지난해 2월 정식 수입 이전까지 “한국에는 왜 안 들어오느냐”는 소비자 문의가 빗발쳤던 경우다. 인체공학적 시트로 ‘승차감’을 높였다는 이 유모차는 국내 가격이 128만원이다. 한 손으로 접고 펼 수 있을 정도로 사용이 편리해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최근 국내 백화점에 거의 입점하지 않은 프랑스 명품 유아동복 ‘봉쁘앙’을 들여왔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케이티 홈즈 부부의 아기 옷으로 유명한 봉쁘앙은 은은한 색상과 고급 소재를 내세우고 있다. 정성필 옥션 유아동팀 카테고리매니저(CM)는 “알파맘을 지향하는 엄마들은 유아용품에 대한 선택 기준도 까다로워 고가의 유아용 명품에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