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그림자…'창업 붐' 1년만에 시들
‘자영업 엑소더스’가 시작됐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생)를 사로잡았던 자영업 열풍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사그라지고 있는 것. 경기침체와 자영업 내 과열경쟁이 맞물리면서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율은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폐업도 늘고 있지만 신규 진입도 예전 같지 않은 양상이다.

◆자영업자 구조조정 신호탄?

10일 통계청의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54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만명 늘어났다. 지난해 10월(39만6000명)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4분기 34만2000명에서 올해 1분기 25만7000명으로 위축됐다가 2분기 32만4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기획재정부는 2분기 들어 고용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자영업자 감소세다. 2011년 10월~2012년 9월 매달 10만명(전년 동월 대비)씩 늘어났던 자영업자는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자영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0만4000명 줄어들어 6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취업자에서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내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3년 이후 최저치다. 1983년 4월 34.2%에 달했던 자영업자 비중은 그후 꾸준히 하락하다가 2011년 23.1%에서 2012년 23.2%로 반짝 상승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으로 몰리면서다. 하지만 도소매와 음식업 등 진입 비용이 적은 부문에 영세 자영업자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극심해졌고, 패자들이 퇴출되면서 최근 자영업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용구조 선진국형으로?

또 다른 배경은 불황이다. 장기영 고용노동부 노동시장분석과 사무관은 “최근 자영업자 감소는 퇴출이 늘었다기보다는 진입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오랜 경기부진 탓에 창업을 포기하거나 기존 임금 근로에 머무르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노동시장의 경직’ 현상이다. 그는 “준비 없이 창업했던 50~60대가 많아 이들이 얼마나 오래 버티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감소 자체는 나쁜 소식이 아니다.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 부문 종사자(자영업자와 무급가족종사자) 비중은 한국이 27.7%(6월 기준)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 네 번째로 높다. 일본(11.9%) 미국(7.0%) 등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자영업자 비중은 낮다.

◆베이비부머들 어디로?

지난달 상용직 근로자는 전년 동월 대비 59만3000명 증가했다. 전월의 66만1000명보다는 증가폭이 작지만 올 들어 50만명대를 계속 웃돌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9만6000명 늘어나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50세 이상의 생계형 창업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공미숙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50대와 60대에서 자영업 취업자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은퇴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도소매·음식점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여전하다는 의미다.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 이들에게 타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퇴출이 활발했던 업종은 제조업이었다. 공 과장은 “인쇄나 용접 등 소규모 사업장을 운영하던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며 “기업 간 경쟁과 경기 불황 탓”이라고 설명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많은 도소매나 음식업 종사자는 지난달 전년 동기 대비 4만7000명 오히려 늘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