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주말에 사라"…왜? 절반 이상 싸니까
마포에 사는 김선희 씨(37)는 일반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주 수요일 휴대폰 판매점을 찾았다. 그러나 너무 비싼 가격에 마음을 돌렸다. 사고 싶은 모델인 갤럭시S4 가격이 60만원대에 달했기 때문이다. 토요일 친구와 통화를 하던 그는 깜짝 놀랐다. 친구는 그가 사려고 했던 갤럭시S4를 39만원에 샀다고 했다. 며칠 사이 똑같은 스마트폰 가격이 20만원 이상 떨어진 것이다.

◆최대 10만원까지 얹어줘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최신 스마트폰 가격이 주중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통신사들이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통신사를 바꾸는(번호이동) 조건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S4는 39만~45만원, 갤럭시노트2는 34만~42만원, 갤럭시S3는 3만~15만원에 팔렸다. LG전자의 옵티머스G와 팬택의 베가R3는 아예 공짜로 주면서 각각 최대 3만원, 10만원 얹어주는 조건으로 거래됐다.

이는 주중에 비해 절반 이상 싼 가격이다. 갤럭시S4, 갤럭시노트2, 갤럭시S3는 주중에 각각 62만원대, 72만원대, 42만원대에 팔린다. 출고가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보조금 상한액(27만원)을 뺀 가격이다.

가격이 떨어지자 번호이동 건수가 크게 늘었다. 주중(6월10~14일) 3만8800여건이던 하루 평균 번호이동 건수는 주말(6월15~17일) 4만7000여건으로 훌쩍 뛰었다. 이는 방통위의 시장 과열 판단 기준인 2만4000건을 크게 웃돈 수준이다.

드라마 같은 치고 빠지기

시장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주 금요일인 14일 오후부터다. 가입자를 빼앗기던 통신사 A가 보조금 경쟁에 불을 당겼다. 시장 상황을 지켜보던 방통위는 즉각 통신3사 마케팅 담당 임원을 소집해 “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장은 진정되지 않았다. 통신사 A의 일부 판매점이 토요일(15일) 아침까지 금요일 가격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격이 낮았던 금요일 저녁 휴대폰을 가개통 해놓은 뒤 토요일에 파는 수법을 썼다.

꼼수를 알아챈 통신사 B는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A보다 보조금을 5만원 더 얹어줬다. 통신사 C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보조금 시장에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시장이 과열되자 방통위는 토요일 오후 재차 통신사 임원들에게 경고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일요일(16일) 오후에야 진정됐다.

통신사 관계자는 “토요일까지 통신 3사 모두 적지 않은 보조금을 투입해 시장이 과열됐다가 일요일에야 진정됐다”고 말했다.

방통위 “주말에도 보조금 주시”

최근 휴대폰 보조금 시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비해서는 경쟁이 잦아든 분위기다. 방통위는 물론 청와대까지 나서 불법 보조금을 엄중하게 단속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말마다 보조금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주말에 감시가 소홀한 탓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주말은 휴일이기 때문에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편”이라며 “주중 실적이 저조한 판매점들이 주말에 집중적으로 가격인하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현재 2차 휴대폰 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이다. 기간은 지난달 17일부터로 종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초 영업정지 기간이 포함된 1월8일~3월13일과 4월22일~5월7일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조사 결과는 다음달 중 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전영만 방통위 시장조사과장은 “지난 주말 역시 2차 조사기간에 포함된다”며 “앞으로 주말 보조금 시장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