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 사무실로 들어가기 전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찾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해 달라고 공식 제안했다.

방 장관은 7일 서울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아 양성윤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노총 간부들과 노동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고용부 장관의 민주노총 방문은 2010년 9월 박재완 장관 이후 2년9개월 만이다.

방 장관은 “노·사·정이 인내심을 갖고 대화하다 보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에 민주노총이 참여해달라고 제안했다. 양 비대위원장은 “한 해에 산업재해로 2500여명이 목숨을 잃는 등 노동자들이 안타깝게 죽어가고 있어 방 장관 방문을 환영할 수만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방 장관과 양 비대위원장은 ‘대화를 통해 개별 현안을 해결해 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 비대위원장은 전교조 설립 취소 추진 중단, 공무원노조 인정 등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정부가 현안 해결에 책임감을 갖고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방 장관은 공무원 노조 문제, 사회적 대화 참여, 노사 분규가 진행 중인 72개 사업장 문제 등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민주노총은 시간제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간 유연화에 대해 “이명박정부 시절 저임금·불안정 노동을 확산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통상임금에 대한 고용부의 행정해석 변경도 촉구했다.

방 장관의 민주노총 방문은 ‘노동계의 도움 없이 고용·노동정책을 효과적으로 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56만2310명(2011년 기준)을 둔 국내 두 번째 규모의 노동단체다. 정부는 그동안 각종 노·사·정 협의에서 민주노총을 배제하는 등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하고 통상임금 문제가 대두되며 노동계의 도움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앞서 방 장관은 민주노총에 도착한 뒤 위원장실로 가는 과정에서 정부 노동정책에 항의하는 조합원 수십명과 마주쳤다. 방 장관을 가로막는 조합원과 고용부 관계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 장관은 “이곳까지 들어오면서 노동 현안이 얼마나 산적해 있고 절박한지를 느꼈다”고 말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풀기 어려운 현안이 많지만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