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마크 저커버그보다 돈 잘버는 그녀의 메시지 "여자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사진)가 몇 년 전 페이스북 직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경력과 역할에 관해 강연했을 때였다. 강연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그에게 한 젊은 여직원이 다가오며 “저는 오늘 중요한 교훈을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당연히 강연에 감동받았다는 얘기일 거라 짐작했던 샌드버그의 생각은 틀렸다. 그 여직원의 입에서 뒤이어 나온 말은 이랬다. “계속 손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걸 말이죠.” 이 말에 샌드버그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고 고백했다.

그날 강연이 끝날 때쯤 샌드버그는 질문을 두 개만 더 받겠다고 말했다. 약속했던 질문 두 개가 나온 후 여성 청중들은 모두 손을 내렸다. 하지만 여전히 손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고 샌드버그는 질문을 더 받았다. 이들은 모두 남자였다. 결과적으로 여성에 관한 강의에서 남성에게만 기회가 돌아간 셈이다. 그는 그래서 “더욱 평등한 세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적극적으로 손을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은행과 미국 재무부, 맥킨지 앤드 컴퍼니, 구글을 거쳐 2008년 페이스북에 합류한 샌드버그는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보다 많은 3096만달러(약 346억원)의 연봉을 받는다. 하버드대 경제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재원이기도 하지만 여성이라는 한계와 벽을 넘는 노력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책마을] 마크 저커버그보다 돈 잘버는 그녀의 메시지 "여자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기회에 달려들어라’는 뜻의 신간 《린 인(Lean In)》에서 그는 불합리한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일을 주도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독려한다. 물론 그는 차별과 편견을 여성이 자초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닭(개인의 노력)이 먼저냐 달걀(제도적 개선)이 먼저냐 하는 논쟁에서 닭을 택한 것뿐이다.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다른 길을 걷는 것과 같다.

샌드버그는 여성이 높은 직위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성 자신들의 야망이 부족해서’라고 말한다. 지난해 선도적 기업 직원 4000명 이상을 조사한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위직에 오르고 싶다고 답한 남성은 36%였지만 여성은 절반인 18%에 불과했다. 임신은커녕 남자친구조차 없는 페이스북의 한 여직원은 그를 찾아와 앞으로 가정과 일을 어떻게 양립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샌드버그는 여성들이 먼저 이런 내면의 두려움과 통제를 떨쳐버려야 여성 리더가 탄생하고 양성이 공정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론 사회는 야망을 가진 여성과 그것을 실현한 여성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2003년 미 컬럼비아대의 실험에서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다진 인맥을 동원해 벤처 투자가로 성공한 인물’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한쪽에는 하이디라는 여자 이름을, 다른 쪽에는 하워드라는 남자 이름을 달았다. 결과는 분명했다. 학생들은 하워드를 ‘인간적이고 매력적인 동료’라고 본 반면 하이디를 ‘이기적이고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꼽았다.

또 많은 남성 배우자들은 여성의 사회생활을 인정하지 않은 채 육아를 미룬다. 하지만 저자는 부부가 가정의 경제와 육아 책임을 함께할 경우 자녀의 교육 수준과 향후 경제력이 높아지고 비행을 저지를 확률도 현저히 줄어들며, 부부가 이혼할 확률도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공동의 책임 아래서는 남성들 스스로도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성들은 여성 자신과 사회, 남성이라는 세 개의 ‘유리 천장’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 중 여성 자신들이 내면의 두려움을 깨야 한다는 저자의 주문은 남녀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기 쉽다. 실제로 그는 남성들로부터 ‘급진 페미니스트’라는 비난을, 여성계로부터는 피해자를 탓한다는 공격을 받는다. 이 책 자체가 그에게 ‘여성’이라는 딱지를 붙여 자신의 경력에 오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고 그 장점을 바탕으로 평가받기 바란다”고 말한다.

‘성 문제’는 모두 다 만족시킬 수 없는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답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이 하루아침에 양성평등을 가져올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를 한 걸음 진전시키는 역할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슈퍼 우먼’이라는 포장 안에 숨겨진 저자의 진정성 덕분 아닐까.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