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보다 꿈"…대졸자도 찾는 NHN넥스트학교
“자, 실행해볼까요. 인간이라면 정렬된 걸 정렬하는 게 빠르죠. 하지만 컴퓨터 정렬 알고리즘인 퀵소트(quick sort)는 바보 같아서 정렬된 걸 정렬하면 복잡도가 n제곱으로 늘어납니다.”

지난 23일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있는 NHN 넥스트(NEXT)학교.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 들어가자 14명의 학생이 노트북을 펴놓고 C언어를 통해 자료를 정렬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넥스트는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 지난 3월 문을 연 정보기술(IT) 인재 양성 학교. 정규 대학 과정이 아니어서 졸업해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이 모여들고 있다.

신입생 86명 중 대학을 휴학하거나 졸업하고 온 사람이 53명이나 된다. 신입생의 60%를 넘는 수준이다. 사회과학(21명), 인문(6명), 예체능(2명) 전공자도 30%를 넘는다.

이제 막 고교를 졸업하거나 검정고시를 보고 들어온 어린 학생들도 33명이나 된다. 이 가운데는 서울대 고려대 경찰대 등에 합격하고 넥스트를 선택한 학생도 많았다. 실전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게 이들의 주된 지원 동기다. 김평철 넥스트 학장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이론만 공부하며 느끼는 답답함, 신입 개발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당혹감 등은 오랜 문제였다”며 “넥스트는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기획, 디자인, 개발까지 하나의 완성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실무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수학, 물리, 확률, 자료구조, 데이터베이스 등 기초 과목은 물론 ‘디지털과 예술의 접목’ ‘인터넷 사용자의 의사결정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 등 다양한 인문사회 수업도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여름학기를 포함해 2년 동안 6학기를 꼬박 들어야 졸업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선택해 이곳을 찾았기에 표정에는 열정이 넘쳐났다. 시스템통합(SI) 회사에서 5년간 일하다 입학한 이진우 씨(33)는 “대학원을 가려다 여기가 꿈을 이루는 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해 들어왔다”고 말했다. 경제학을 전공하다 휴학하고 온 강한용 씨(25)는 “창업을 하고 싶었는데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고 혼자 프로그래밍을 배우기도 쉽지 않아 넥스트에 지원했다”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