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연구팀 '휘어지는 고집적 반도체회로' 구현… "패러다임 바꿀 핵심원천기술"
국내 연구진이 유연한 고(高)집적 반도체회로(LSI) 구현에 성공했다. 자유롭게 휘어지는 차세대 스마트 기기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 주목된다.

KAIST 이건재 신소재공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이 LSI 구현에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LSI는 입는 컴퓨터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에서 가장 핵심적 역할을 한다. 휘어지는 스마트 기기 제작을 위해선 높은 집적도의 반도체회로 유연화 작업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구동에 필요한 박막트랜지스터 등 유연 소재 개발은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러나 수천 개 이상의 고성능 나노반도체를 연결해 대량의 정보를 처리저장하는 고집적 반도체회로는 기술상 어려움으로 제작하지 못했다. 입는 컴퓨터 등 유연한 스마트 기기 상용화가 어려웠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 교수팀은 고집적 무선통신소자를 단결정 실리콘에 형성한 뒤 100nm(나노미터) 두께의 실리콘칩 회로를 뜯어내 플라스틱 기판 위에 옮기는 방법을 써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는 반도체회로를 구현했다.

유연 고집적회로로 반도체 시장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서 개발된 핵심 원천기술이란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공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이귀로 나노종합기술원장은 "상용화를 위한 정부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한국 스마트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이라며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창조경제에도 이바지할 만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개발된 반도체회로는 유연함과 고집적 고성능을 함께 갖췄으며 인체친화적이란 장점도 있다"며 "인공망막 통신정보처리 기기 등 인체에도 적용 가능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미국 화학회가 발행하는 나노과학기술 분야 저명지인 'ACS 나노(Nano)' 온라인 판에 지난달 25일자로 게재됐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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