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청소차 운전기사가 100억 부자 되기까지
부동산 컨설팅업체 다다디앤씨의 채익종 대표(46)는 6년 전만 해도 서울 중구청 소속 청소차 운전기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100억원대의 자산가다. 그는 월급 전액을 저축했다. 주말에 택시를 몰고 폐지를 판 돈으로 생활했다. 운전기사로 일한 지 3년 만인 1995년 3000만원이 통장에 쌓였다. 그 돈으로 보증금 1500만원짜리 월세로 분가하고 나머지 1500만원으로 서울 행당동 도로변에 두 평짜리 땅을 샀다. 그 땅이 재개발 지역에 들어가자 24평 아파트 입주권을 받았다. 그것을 팔아 서울 길음동 재개발 지역에 전세를 낀 2500만원짜리 빌라를 샀다. 이 빌라는 재개발 후 1억원대로 뛰었다. 그 돈으로 서울 성수동에 빌라 두 채를 사서 되파는 식으로 차익을 남겼다. 나중에는 빌라를 지어 팔았다.

“서울을 벗어난 부동산은 환금성이 떨어졌다. 환금성이 좋은 투자 대상은 빌라와 연립주택이었다. 깔끔하기 때문에 신혼부부의 수요가 계속 이어져 전세금을 올려받을 수 있었다.”

《한국의 100억 부자들》은 100억원 이상 자산을 모은 자수성가형 신흥 부자들의 생활습관과 투자 노하우, 향후 투자 전략을 집중 분석한 책이다. 현직 기자가 자산관리 전문업체의 지원을 받아 100억원 이상 자산가 100명을 선정한 뒤 만나 설득한 끝에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알아낸 사실들을 분석했다.

저자는 부자의 새 기준은 자산 100억원이라고 말한다. 10억원 이상 금융자산을 지닌 15만명의 부자들이 제시한 기준이다.

부자들의 공통점은 구두쇠다. 꼭 써야 할 돈도 쓰지 않거나 아껴 쓰며 조금씩 목돈을 만들어 투자한다. 그들은 인간관계에 신경을 쓴다. 특히 정보를 많이 쥔 사람을 가까이 하면서 귀동냥을 한다. 신문을 읽고 경제의 큰 흐름을 파악한다.

투자의 제1원칙은 안전성이다. 일반인은 단기간에 원금을 많이 불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데 반해 부자는 이율이 낮더라도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을 선호한다. 거절하기 어려운 상대의 권유라면 투자 흉내만 낸다. 다시 찾지 못하는, 기부라고 생각한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사업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 아이디어가 좋다 해도 시장에서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부자는 정권 교체기마다 투자를 준비한다. 정부의 정책과 경기 흐름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투자에 나선다. 올 상반기에는 새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기 위해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연 2%대로 추락한다. 이런 기조를 읽은 부자들은 수익률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자산관리 전략으로 바꿨다.

부동산 부문에서는 투자 대상이 주택에서 토지와 상가로 이동하고 있다. 시세 차익보다 임대수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금융 분야에서도 ‘즉시연금보험’ 같은 상품을 추천한다. 10년 이상 유지하면 만기 다음 달부터 매달 높은 금리의 연금을 받고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