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자격이 없는데도 연금을 타다가 걸린 사람이 5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연금이 내년 7월부터 행복연금(기초연금)으로 확대 개편되면서 월 연금액이 최고 20만원으로 오르면 보다 많은 연금을 받기 위해 소득이나 재산을 축소 신고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재산 은닉, 소득 축소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기초노령연금을 받다가 적발된 부정 수급 건수가 4만8989건에 달했다고 12일 밝혔다. 전년의 1만9292건에 비해 153%나 급증한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은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매달 2만~9만7000원을 지급하는 연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적발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은 수급 대상자의 각종 소득 및 재산 자료를 담은 정부종합전산망을 본격 가동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종합전산망으로도 부정 수급자를 정확하게 가려내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연금을 타내기 위해 금융 재산 명의를 자녀나 손자에게 돌려 놓는 등의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2011년까지만 해도 부정 수급의 상당수는 사망신고를 늦게 해 죽은 사람 명의로 연금을 계속 받는 경우였다. 하지만 지난해 적발된 사람들의 절반에 가까운 2만3000여명은 금융 재산과 소득을 허위로 신고하거나, 뒤늦게 재산이 드러난 사람들이다.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할 때 재산을 숨겨 놓았다가 연금 수급 자격을 얻고 난 뒤에 다시 본인 명의로 돌려 놓는 과정에서 걸린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명의 이전만 해놓고 계속 연금을 타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년 7월부터 행복연금이 도입되면 부정 수급을 시도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미가입자의 경우 소득 하위 70%에 들면 20만원을 받는 데 비해 상위 30%는 4만원밖에 못 받기 때문이다. 소득 구간에 따라 연간 192만원의 차이가 나는 만큼 부정 수급에 대한 유혹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