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 다니는 한 절대 들어서는 안되는 소리가 있다. 바로 ‘밥 한 번 안 사는 사람’이라는 오명이다. 밥을 잘 사는 사람은 따르는 후배들도 많아지고, 밥 한 번 안 사는 사람은 고독하게 회사생활 말년을 보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것은 밥이 감성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국밥을 숟가락 가득 떠 넣으시는 노인의, 쩍 벌린 입이 나는 어찌 이리 눈물겨운가.’ (‘거룩한 식사’ 중에서)

황지우의 이 시 구절처럼 밥을 함께 먹을 때 우리는 때로는 목메는 설움 같은 것을 같이 느끼게 된다. 이만한 동기부여 워크숍이 또 어디 있으랴.

직원들은 질책의 대상도, 매출 올리는 기계도 아니다. 그들은 나와 함께 인연으로 만나 청춘을 같은 곳에 쏟아붓고 있는 동지다. 그 동지애를 확인하는 매개가 바로 밥이다.

그러니 밥을 사라. 술이 아니라 밥이다. 술은 외부사람에게 사고 밥은 식구끼리 먹는 것이다. 다만 전략적인 고려는 해야 한다. 밥을 사되 티를 내면서, 미리 알려주고 사야 한다. 그냥 몰려 나가다 밥을 같이 먹게 되면 나중엔 누가 샀는지, 그날의 밥상이 어떤 의미인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밥을 같이 먹다 보면 인성 파악이 쉽게 되는 장점도 있다. 삼겹살을 굽는데 젓가락도 안 놓고 뒤집지도 않다가 익었다 싶으면 낼름 먹는 직원은 일도 그렇게 한다. 언니처럼, 형처럼 익은 고기를 권하는 그런 직원이라야 팀워크를 발휘할 줄 안다. 예상하건대 직원채용 때 식사 인터뷰 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다.

감성경영은 전 직원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것이 출발점이다. 회사 근처 식당에 그 답이 있다.

권영설 편집국 미래전략실장,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