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대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에 대해 지난해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로써 최씨는 사실상 경영에서 물러나게 돼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성낙송)는 지난해 7월 자원개발업체 유아이에너지 소액주주 40여명이 “분식회계와 허위공시 등으로 회사를 상장폐지에 이르게 만들고 주주들에게 피해를 줬다”며 제기한 이사직무집행 정지 및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소송에서 최씨에 대해 대표이사직무집행 정지 처분을 내렸다. 또 최씨와 동거 관계에 있는 염모씨의 부친 염조일 이사에 대해서도 이사직무집행을 정지시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신청인들의 직무상 부정 행위와 법령 위반 행위로 이 사건 회사의 발행 주권이 상장폐지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불투명한 경영 방식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사대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고 이라크 쿠르드 지역의 나머지 설비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는 점을 볼 때 직무집행을 방치할 경우 회사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로써 최씨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김한수)는 이라크 쿠르드 지역 유전공사 등 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3000만달러의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유전사업 수주 과정과 회계 내역 등을 확인한 뒤 횡령 여부 등을 추궁했으나 최씨는 혐의를 전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처분 사건을 대리한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소송 결과 최씨가 부정한 혐의들이 사실로 밝혀졌고, 대표이사직 상실로 증거 인멸 등도 어려워져 검찰 수사에 힘이 실릴 것”이라며 “향후 유아이에너지는 투명 경영과 내실화에 초점을 맞춰 경영해 주주 피해를 최대한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정당인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시절 ‘최규선 게이트’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은 조만간 최씨를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