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 ‘레미제라블’이 국내 개봉 뮤지컬 영화로는 최초로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배급사인 UPI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개봉한 이 영화는 17일까지 504만명, 극장 매출 368억원을 기록했다. UPI코리아 측은 “다른 영화에 비해 평일 관객 수가 많고 예매율도 꾸준한데다 골든글러브 3관왕 소식도 더해져 2월 설 연휴까지 장기 흥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흥행세는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1억2000만달러를 기록한 미국보다 흥행이 훨씬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이 미국인에 비해 뮤지컬 영화와 친숙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의 ‘대박’이다.

인터넷에는 관객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저 20번 넘게 울었고요, 나와서 화장실에서 또 울었습니다. 추천해요.^^” “최고예요. 모든 출연진이 연기와 노래를 너무 잘했어요. 특히 앤 해서웨이의 독백연기가 끝났을 땐 일어나서 박수칠 뻔했습니다.” “우리나라엔 아직 어색한 장르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교양있는 척하려다가 봤다면 100% 뛰쳐나왔을 영화. 하지만, 그 감동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이유는 무엇일까. 150년 전 프랑스의 비참한 사회상을 고발한 빅토르 위고의 원작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가 오늘의 한국인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일하다 쫓겨나 생계를 위해 몸을 파는 여인 판틴, 거리에서 남루한 생활을 영위하는 시민들, 바르게 살려고 해도 쫓기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장발장 등이 열심히 일해도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기 힘든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유럽과 미국의 금융위기로 초래된 세계적인 경기 불황을 겪으며 우리 개인들은 노력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고 느끼게 됐다”며 “이 영화가 5년 전이나 10년 전에 나왔으면 호응이 이처럼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참한 삶에 희망의 빛을 던져주는 것도 흥행 요인이다. 촛대를 훔친 장발장을 용서해 새 삶으로 인도하는 신부, 고통 속에 숨진 판틴의 딸 코제트가 잘 자라나 귀족가문 자제 마리우스와 결혼한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치유적인 성격을 지닌 힐링무비로 받아들여진다”며 “고단한 현실을 벗어나 마침내 꿈을 실현하는 코제트나 장발장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영화의 완성도가 높다. 초반부 장발장 역 휴 잭맨과 판틴 역 앤 해서웨이는 가죽만 남은 모습으로 비참한 현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열연하면서 노래를 직접 불러 세계 4대 동명 뮤지컬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오는 데도 성공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