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직장인입니다. 출세와는 인연이 없어서 아마 앞으로도 현장에서 일하게 될 겁니다. 이 나이에 새삼스러울지 모르지만 지금 나의 일이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 의문이 듭니다. 뭔가 보람 있는 일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이 같은 ‘어른의 고민’에 철학이 쉽게 답하는 책이다. 법학 박사, 회사원, 아르바이트생, 공무원 등 다양한 이력을 쌓은 저자는 소크라테스, 칸트, 아렌트, 사르트르, 니체 등 철학자 20명의 사상으로 인생의 고민에 답한다. 질문은 저자가 직접 운영해온 ‘철학 카페’나 여성주간지의 상담 코너에 실제로 들어온 고민들이다. 깊은 철학적 논의보다는 해당 철학자의 사상을 간단히 알아보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앞의 고민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해나 아렌트의 사상을 가져온다. 아렌트는 인간의 행위를 노동, 작업, 활동의 세 가지로 나눴다. 위와 같은 경우라면 ‘활동’의 개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노동이나 작업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활동은 시민단체 활동과 같이 사람과 사람이 직접 관계하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사회에서 활동한 사람의 경험과 지식이 환원되면 사회는 더 살기 좋은 곳이 되고, 상담자도 보람을 느낄 거란 조언이다.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생활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는 소크라테스를 예로 든다.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으로 ‘솔직히 말해서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 걸까?’ ‘왜 이혼하지 않는 걸까?’라고 자신에게 물어보자는 것이다. 크산티페는 소크라테스가 죽었을 때 누구보다 슬퍼하며 목 놓아 울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둘이 서로 사랑하고 있을 수 있다. 여성스럽지 않은 아내를 탓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자신의 외모를 먼저 돌아보라고 조언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