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60세를 넘긴 노인의 절반 이상이 자주 느끼고, 75세 이상에선 의사를 찾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일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뇌의 문제에 의해 발생하는 중추성 어지럼증과는 달리 대부분 사람들이 경험하는 말초성 어지럼증은 귀 안에 있는 전정기관에 의해 발생한다.

보통은 자신 혹은 세상이 회전한다고 느끼는 현훈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말초성 어지럼증의 경우 감기 증상 혹은 스트레스로 인해 우리 몸의 면역력이 약해지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는 환절기나 김장철의 경우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어지럼증을 호소할 수 있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질환을 살펴보면 우선 이석증이 대표적이다.

이석증은 의학적 용어로 ‘양성 발작성 두위 현훈’이라고 한다. 귀 안의 평형 감각을 담당하는 세반고리관에 이석이 떠돌아다니는 질환이다. 눕거나 일어날 때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심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이비인후과에서 안진검사를 통해 이석증을 진단할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한 물리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어지럼증 외에 귀에 물이 찬 느낌이 들거나 청력의 저하 등과 같은 증상이 동반될 경우 이석증보다는 메니에르병을 의심할 수 있다. 귀 안에 있는 내이기관에 내림프액이 과생성돼 생기는 질환이다. 몸의 평형과 청력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다. 대부분의 경우 안정과 약물 치료로 호전되지만 보존적 치료로 호전되지 않을 경우 수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고염식이나 카페인, 알코올 섭취, 흡연, 초콜릿 섭취 등의 유발요인을 피하는 것도 메니에르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이 며칠 이상 지속되고 빙빙 도는 느낌과 함께 걸을 때 휘청거리는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전정신경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전정신경염은 전정기관에서 뇌로 신호를 전달하는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겨 어지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때 전정신경의 기능 부족을 뇌에서 알아채고 대신해 일을 하게 되는데, 일상생활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을 경우 뇌 기능의 과로로 인해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급성기에는 어지럼증 자체를 줄여주는 안정 및 약물치료가 필요하지만 그 이후에는 전정재활치료를 통한 평형기능의 회복이 치료의 핵심이 된다.

이 외에도 어지럼증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부분 치료될 수 있는 병이다. 어지럼증 증상 발생 시 그냥 방치하기보다는 가까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석균 <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