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해킹으로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 약 350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건에 대해 네이트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 등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서울중앙지법 판결이 나왔다. 서울에서 나온 이번 판결 결과가 전국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사 소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2847명이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 이스트소프트,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5건에서 23일 모두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SK컴즈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에 대해 “SK컴즈 직원들이 국내 공개용 알집 프로그램을 사용한 결과 해킹이 발생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SK컴즈는 침입차단시스템 등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이행하고 있었고, 이 사건의 해커는 탐지가 쉽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원고들은 이스트소프트의 국내 공개용 알집 프로그램에 있는 자동 광고 업데이트 기능 때문에 해킹이 가능했다고 주장하며 이스트소프트에도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으나 재판부는 역시 “원고들의 주장을 인정할 근거가 없고, 설사 책임이 있다 해도 이스트소프트가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는 업체가 아니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보호조치를 소홀히했다는 주장 역시 “점차 고도화·지능화되는 해킹을 전면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사전에 마련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이트 해킹 사건으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된 피해자들인 이들은 “1인당 50만원씩 손해배상하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8월 소송을 냈다. 이들 외에도 여러 피해자들이 전국 법원에 SK컴즈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대구지법 김천지원 구미시법원은 유모씨가 SK컴즈를 상대로 낸 유사 소송에서 위자료 1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하기도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