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가 필요해…'디톡스' '스칸디맘' 주목을
“날이 곤두서고 사람을 소진시키는 한국사회. 2013년엔 소비자들의 북유럽 성향이 강해진다. 이들은 소유에 연연하지 않고, 맛의 향연에 열광하면서 홀로 휴식을 즐긴다. 시장은 이제 시즌에 관계 없이 소비자를 참여시키면서 그들을 ‘디톡스’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사진)가 내놓은 내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란도샘’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그가 《트렌드 코리아 2013》(미래의창)을 출간하며 전공인 소비자학자로 돌아왔다. 그가 내놓은 내년 키워드는 ‘코브라 트위스트(COBRA TWIST)’다. 뱀의 해인 내년 트렌드의 알파벳 머리글자를 모은 단어다.

첫 번째 예측은 ‘날 선 사람들의 도시(City of hysterie)’다.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기운이 팽배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사회·경제적 불안 때문에 스스로를 방어하며 주변을 경계하는 태도도 확산된다. 기업들로선 이런 소비자들과 교감하려는 노력이 더 중요해진다.

두 번째는 ‘난센스의 시대(OTL…Nonsense!)’다. ‘OTL’은 두손으로 땅을 짚은 채 무릎 꿇고 있는 모습으로 좌절을 뜻하는 인터넷 용어다. 이성이나 논리보다는 기발하고 새로운 의미를 구축하는 자가 성공한다는 얘기다. 움직이지 못하는 ‘브라우니’에게 짖으라고 명령하거나 난데없이 ‘사람이 아니므니다’라고 말하는 유행어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세 번째 예측인 ‘스칸디맘(Bravo, Scandimom)’의 출현은 내년뿐 아니라 향후 10년간 우리 사회를 바꿀 현상으로 꼽았다. 북유럽적 가치관을 갖고 있는 30대 엄마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 고도성장기에 태어나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적은 이들은 자녀에 대한 희생보다는 자녀와 동등한 입장에 선다. 교육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문화적 정서적 공감을 중시한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절제된 북유럽 스타일을 선호하고 ‘합리적 사치’에 관대하다.

네 번째 ‘소유냐 향유냐(Redefined ownership)’는 빌리고 공유하고 기부하는 ‘향유 경제의 시대’가 온다는 예측이고, ‘나홀로 라운징(Alone with lounging)’은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미각의 제국(Taste your life out)’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예전엔 ‘보는 것’이 즐길거리의 주류를 이뤘다면 앞으론 맛에 열광할 것이란 말이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이미 나타난 현상으로 내년은 식품산업과 외식업계에 특히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시즌의 상실(Whenever U want)’은 소비 패턴의 상시화·수시화를 표현한 키워드다. 더 이상 휴가는 여름에만 떠나지 않는다. 계절별 옷의 구분이 약해져 겨울에 모피코트 안에 민소매 티셔츠 하나만 입는 사람들도 있다. 전통적 시간 개념의 사업은 도전을 맞게 된다.

여덟 번째는 한국 사회가 ‘디톡스가 필요한 시간(It’s detox time)’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유해물질과 중독 대상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물리적 정신적 정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것.

그는 이런 한국사회를 ‘소진사회(Surviving burn-out society)’로 진단한다. 모든 것을 하얗게 불사르고 끝장을 보는 사회다. 회사와 클럽에서 밤을 지새우고 카페인 음료를 폭발적으로 소비한다. 따라서 그는 “사회가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또 내년엔 ‘적절한 불편(Trouble is welcomed)’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가 참여할 여지를 남기는 비즈니스가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호텔에서 즐기는 캠핑인 ‘글램핑’이 뜨는 게 그 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의 불편을 찾아내는 게 마케팅 포인트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