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디자이너들의 꿈이 해외 무대에 서는 거죠. 내년에는 꼭 뉴욕컬렉션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여성복도 론칭할 계획이고요.”

2008년 비욘드클로젯이란 남성복 브랜드를 론칭한 고태용 디자이너(31·사진)는 18일 “비욘드클로젯의 특징인 체크무늬와 헤링본 재킷, 나비넥타이와 태슬 장식 등 클래식한 디자인을 여성복에 접목시킬 생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내년 봄·여름 서울컬렉션’의 둘째날인 오는 23일 고 디자이너는 첫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그가 서울컬렉션 무대에 오르는 건 이번이 열 번째다. 그는 “내년 봄 의상에는 ‘여행을 통한 재충전과 휴식’에서 영감을 받아 스트라이프 무늬를 많이 썼다”며 “산뜻한 색상과 세일러 장식, 라펠 태슬 등을 활용해 클래식하면서도 편안한 옷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고 디자이너는 올봄 홍콩 유명 편집숍(여러 브랜드를 한데 모아 파는 매장) ‘하비 니콜스’로부터 4500만원어치 주문을 받았다. 지난달 말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서울시 선정 10인의 디자이너 프레젠테이션 쇼’에도 참여했다. 그는 “유럽에선 모노톤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한국적인 색감과 그래픽, 패턴 등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며 “예전엔 ‘잘 팔리는 디자인’에 집착했는데 이젠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디자인’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처음으로 뉴욕 트레이드쇼(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여는 행사)에 진출한 고 디자이너는 뉴욕과 파리의 트레이드쇼에 참여했지만 아직 해외 컬렉션(패션쇼)을 열지는 못했다. 그는 “국내 패션쇼를 한번 하는데 4000만~5000만원이 들고 해외 무대에는 1억5000만~2억원 정도 들어간다”며 “자본력 있는 대기업과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구호·정욱준 디자이너가 제일모직에, 최범석 디자이너가 코오롱인더스트리FnC에 입사한 것처럼 디자이너와 대기업 간 협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