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청년 실업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정보경제학’에 답이 있다. 입사 지원서류를 제출하는 모든 구직자들은 자신의 단점은 감추고 장점은 과장한다. 기업은 진짜 우수한 인재를 놓치고 후회하고, 능력이 부족한 채 입사한 이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난다.

정부가 아무리 실업 구제 정책을 펴도 구직자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기업이 확실한 정보를 알아낼 능력이 없다면 청년실업은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는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에게 묻는 21가지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다.

청년실업의 문제는 2001년 또 다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 교수의 ‘시장신호이론’에서 해답을 찾는다. 기업이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능력이 부족한 학생에 대해 대학이 나서서 엄격하게 걸러내야 한다는 것.

대학이 우수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구분할 수 있는 학사를 운영하지 못한다면 기업은 그 학교가 배출한 학생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대학은 엄격한 수업과 평가를 통해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는 이가 객관적으로도 뛰어난 인재임을 증명해야 한다.

저자는 노벨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금융위기, 노후대책, 물가정책, 정부의 재정적자 등 우리나라가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에 적용해 고민한다.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존 내시, 아마르티아 센 등 세계적 석학의 이론으로 잘못된 정치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정치제도, 경제 성장과 물가에 대한 정부의 거짓말, 건강보험 기금 문제 등을 파헤친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경제학자의 눈으로 해석했다. 왜 나이들수록 더 가난해지는 건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인질놀이는 왜 계속될 수밖에 없는지, 자유무역협정(FTA)은 과연 약인지 독인지, 국책 사업은 국민의 진심을 반영한 건지 묻고 답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학이라는 분야를 인간 세상을 떠나 높은 구름 위에서 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돈과 관련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분야”라고 강조한다. 또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경제학을 모르는 것은 ‘문맹’과 다를 바 없다”며 “대중에게 어렵고 전문적인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쉽게 연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론의 선구자이자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 교수는 “당장 올해의 일자리 창출과 인플레이션 억제도 중요하지만 10년, 20년 뒤를 내다보는 독창적이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