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지난 7월 내놓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최신 운영체제 ‘젤리빈’에 들어 있는 새로운 검색기능 ‘구글 나우’가 요즘 화제다. 사용자와 관련된 정보를 축적하면서 개인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에서는 구글이 ‘빅 브러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날씨·교통편 등 맞춤정보 제공

‘구글 나우’ 기능을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갤럭시 넥서스 등 안드로이드 4.1(젤리빈) 이상 버전을 내장한 스마트폰뿐이다. 다른 스마트폰에서는 OS 업그레이드 이후에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구글 나우를 쓸 것인지 여부를 선택하면 된다. 기능을 활성화하면 지금 있는 위치의 날씨부터 △주변의 주목할 만한 장소 △근처의 대중교통 이용 방법 △출퇴근 소요시간 △일정 △항공편 △콘서트 △영화 △주변 사진 촬영지 △관심을 가질 만한 뉴스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준다.

외국 여행을 갔다면 자동으로 환율 계산창과 구글 번역기를 띄우고 한국과의 시차도 알려준다. 검색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알림창을 통해 사용자에게 유용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를 알아서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시간이 지날수록 제공하는 정보가 늘어나고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기자가 처음 구글 나우 기능을 사용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는 날씨와 가까운 정거장의 버스 시간표 등에 그쳤다.

하지만 2~3주가량 지나자 따로 입력하지 않았는데도 집과 회사의 주소를 찾아 출퇴근 시간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최근 자주 들렀던 장소의 위치를 보여주며 이곳까지 가는 교통편 정보도 계속 받아보겠냐고 묻기까지 했다.

○구글, 다양한 개인정보 수집

구글 나우를 이용하려면 자신에 대한 정보를 구글에 제공해야 한다. 많은 정보를 제공할수록 정교하고 정확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구글이 받아가는 정보는 위치 정보와 스마트폰 주소록, 문자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앱) 목록, 이메일, 구글 드라이브, 크롬 웹브라우저 사용 기록, 플레이북, 음악 플레이어 등이다. 구글 캘린더에 기록한 일정과 데스크톱의 검색 목록도 포함된다. 스마트폰에서 알 수 있는 정보의 거의 전부가 수집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항목마다 정보 제공 여부를 정할 수는 있지만 더 나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정보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구글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광고에 활용한다. 예컨대 ‘30대 남성’이라는 단순한 정보보다는 ‘서울 종로구에 살면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며 평소 여가 시간에 액션 영화를 자주 보는 30대 남성’이라는 구체적인 정보가 있으면 정교한 광고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빅 브러더’ 우려도 커져

구글 나우의 정교한 검색 능력과 뛰어난 결과는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과학 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는 지난 15일 ‘올해의 혁신상’에 구글 나우를 선정했다. ‘사용자의 요구를 사전 예측해 제안하는 최초의 가상 비서’라는 평가다. 애플의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Siri)에 대해선 “구글 나우와 비교하면 구식”이라고 혹평했다.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거대 감시사회의 등장 가능성이다. 구글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와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국내에선 구글의 정보 수집을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이 사실상 없다”며 “한·중·일이 협력해 유럽 국가들처럼 구글의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