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지방에서 우리 회사의 옷을 입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에게 필자가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를 만든 사람이라고 소개하자 “회장님 감사해요! 이렇게 좋은 옷을 입게 돼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라며 필자의 두 손을 잡고 연신 흔들었다. 고객이 행복해 하는 모습에 필자도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크로커다일레이디는 1996년,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 중년 여성들이 옷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없앨까’를 고민한 끝에 론칭한 브랜드다. 이 당시만 해도 영 캐주얼은 난무하고 있었지만 애덜트 캐주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여성들은 시장에서 옷을 구입하고자 하니 품질이나 애프터서비스가 미덥지 않았고, 백화점에서 옷을 사자니 가격이 부담스럽고 사이즈도 적당하지 않았다. 살림과 육아로 분주한 주부들은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이 많지 않아 특정 사이즈 위주로 판매되는 기성복 매장에서 옷을 고르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한국 여성들의 체형을 연구해 그에 잘 맞는 옷을 만들었으며, 무엇보다 품질이 좋지만 가격은 합리적인 옷을 만들어 고객에게 선보였다.

또한 중년 여성들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코디하는 정보를 찾기가 수월치 않은 때였다. 그래서 코디북을 만들어 대리점에 배포하고 사용하도록 했으며, 모든 대리점은 코디네이터 교육을 받게 했다. 단순히 옷만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우리 옷을 입었을 때 “옷 어디서 샀어요? 참 잘 어울리네요”라는 칭찬을 듣게 하는 걸 목표로 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크로커다일레이디는 현재 국민여성복으로 자리매김했다.

‘행복을 주는 패션’은 필자의 변치 않는 비즈니스 철학이다. 여성들에게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꿈꾸고 있는 삶으로 다가가고 있을 때, 혹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닐까 한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 좀 더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옷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는 것은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큰 행복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오늘 입은 옷이 마음에 들면 하루가 행복하고 그런 하루들이 모이면 인생이 행복해진다.

패션은 감각적이고 트렌드를 선도하기 때문에 항시 고객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외면받기 십상이다. 고객에 대한 아낌없고 세심한 배려가 있을 때만이 옷으로 행복을 전할 수 있고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분석학자인 디오도어 루빈이 ‘행복은 입맞춤과 같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어야만 한다’고 말한 것처럼, 고객들에게 옷을 통해 행복을 준 것을 느끼는 순간 필자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옷으로 행복을 전하는 행복한 일, 이제 여성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전하겠다는 꿈을 꾼다.

최병오 < 패션그룹형지 회장 hj02@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