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골프와 뇌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골퍼가 스트레스 속에서 골프를 칠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했다. 스트레스 속에서도 훌륭하게 플레이한 골퍼들은 뇌의 좌우반구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활동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성적이 신통찮은 골퍼들은 좌반구 활동이 지나치게 활발한 반면 우반구 활동은 저조했다.

뇌의 좌반구는 ‘사고하는 컴퓨터’로 알려져 있다. 좌반구는 언어를 통해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이성적인 역할을 맡는다. 우반구는 좋고 나쁨을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며 받아들이는 감성적인 역할을 한다. 성적이 저조한 골퍼들은 자신의 플레이를 너무 많이 분석하고 있었고, 좌뇌 활동이 유난히 활발했던 것이다.

《이타적 인간의 뇌》의 저자는 “현대인들은 ‘에고’ 중심의 좌뇌가 지나치게 발달하도록 진화했다”고 말한다. 이런 이기적인 뇌의 진화로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테러리즘, 환경오염, 억압과 착취가 만연하게 됐다는 것.

그는 “타인에 대한 애정을 중심으로 느끼는 우뇌를 되살림으로써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뇌과학 지식과 영적 대가들이 높은 의식 상태에서 경험한 내용을 소개한다. ‘잠에서 깨어나라’고 주장하는 이 영적 대가들은 의식의 각성에 대해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각성이란 좌뇌와 우뇌가 균형있게 작동하고 뇌의 최종 사령관인 전두엽이 활발히 움직이는 뇌의 활동이다.

이런 뇌의 각성이 창의성을 만들어 낸다. 창의성은 좌반구의 지적 능력을 바탕으로 우반구의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능력이다. 지식이 아닌 직관에 의한 결정인 것이다. 직관은 정신이 즉흥적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본능이 육체의 영역이라면 직관은 정신의 영역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사고에 몰두하는 지성은 직관의 장애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좋은 아이디어가 우리가 긴장을 풀고 있을 때 떠오르는 것처럼, 명상을 통해 직관의 문을 두드리면 창의성에 접근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저자는 체계적인 ‘알아차림 훈련’을 통해 이런 창의적인 뇌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알아차림은 ‘의식은 하되 집중은 하지 않는 마음’을 의미한다. 명상은 집중 훈련이 아니라 알아차림 훈련이다. 저자는 “장시간에 걸친 훈련은 뇌파 활동을 자극해서 우뇌를 발달시킨다”고 주장한다.

우뇌는 이른바 ‘멘붕상태’와도 연관이 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지성을 담당하는 좌뇌가 활동을 중단하고 감성의 우뇌가 깨어난다. 우뇌의 억압된 감정들이 표출되면서 우울, 불안, 수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 감성과 직관을 관장하는 우뇌를 ‘긍정의 뇌’로 발달시키면 더 이상 멘붕을 겪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말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