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천재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천재는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왜 최고의 아이디어는 아르키메데스처럼 특별한 사람에게만 떠오르는 걸까.

《천재의 탄생》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저자 앤드루 로빈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모차르트,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버지니아 울프 등 세계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 열 명의 족적을 파헤치며 이들이 이룩한 창조적 도약의 비밀을 밝혀낸다.

저자는 천재들의 가족력을 분석하면서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한다. 천재 열 명 중 아홉 명이 한쪽 부모와 일찍 이별했다는 사실이다. 사생아였던 레오나르도는 생후에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생모도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조부모의 손에서 자랐다. 다윈은 여덟 살 때 어머니와 사별하고, 마리 퀴리는 열 살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저자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다”며 1978년 심리학자 아이젠스타트가 역사적 인물 699명을 조사한 결과를 제시한다. 아이젠스타트에 따르면 그들 중 25%는 열 살이 되기 전에 최소한 부모 중 한 사람을 잃었다.

왜 똑같이 부모를 잃고도 어떤 아이들은 비뚫어지는 반면 다윈 같은 인물들은 천재가 되는 걸까. 저자는 “창조적 생산이 세상을 뜬 부모에게 버람받았다는 데서 오는 고립감, 슬픔, 무가치함 같은 감정들을 처리하는 출구가 된다”고 대답한다. 결핍을 잘만 극복한다면 창조의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저자가 발견한 또 하나의 패턴은 “천재들은 공교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언어학자였던 토마스 영은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하고 난 뒤에 “학위라는 것은 공부를 싫어하거나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이 그걸 보완하는 데나 쓸모 있을 뿐”이라고 일갈했다. 찰스 다윈은 아버지의 강권으로 나간 대학에서 “포코 쿠란테(부주의한 게으름뱅이)”라고 불리며 문제아 취급을 받았고, 아인슈타인은 “평생 아무것도 못할 녀석”이라는 악담을 퍼부은 담임선생과 불화를 겪으면서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저자가 발견한 가장 유의미한 패턴은 ‘도약의 10년 법칙’이다.

“1989년 존 헤이스가 처음 밝혀냈고 다른 여러 심리학자들이 인정한 이 법칙에 따르면, 누구든 도약을 이루기 전에 약 10년 동안 관련 기술이나 학문을 부단히 배우고 연습해야만 한다. 그리고 분명한 점은 이보다 짧은 시간에 도약을 이룬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은 1895년 특수상대성 이론을 처음 떠올렸는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05년에서야 발표를 했다. 다윈도 마찬가지. 그는 자연선택 이론을 1859년 공표했지만 그가 처음 생각을 품은 건 1838년이었다. 크리스토퍼 렌은 세인트폴 성당의 설계를 의뢰받은 1663년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설계도를 완성했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벼락 천재’는 없다는 평범한 진리다. 저자는 “아무리 집안이 좋고 재능이 뛰어나며 최고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10년 법칙’을 단번에 뛰어넘을 순 없다”고 말한다. 다윈, 아인슈타인, 다빈치, 모차르트 같은 천재들도 하루 아침에 뛰어난 업적을 창출한 게 아니라 창조적 도약으로 가는 멀고 더딘 여정을 견뎌왔다는 것.

“천재들이 습관적으로 끊임없이 일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에디슨은 1093건의 특허권을 소유했는데 이는 성인 기간 내내 평균 2주에 한 번꼴로 특허를 냈다는 말이다. 바흐는 매일 평균 20페이지의 완성된 악보를 썼고, 피카소는 2만점 이상의 작품을 그렸다. 천재들은 동시대인들에 비하면 모두 다산의 창작과 연구 결과를 보여주면서 사망 직전까지 일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