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의 연수 종료가 며칠 안 남았는데 대표가 아무 말이 없네요.”

올해 개인변호사사무소에 취업한 로스쿨1기 출신 L변호사의 하소연이다. 지난 3월23일 변호사시험 합격 통보와 동시에 이 사무소에서 일해왔는데 계약 연장과 관련한 아무런 언질을 주지 않는다는 것. 이제 법정에도 설 수 있는 ‘진짜 변호사’가 된다는 기쁨도 잠시, 이 변호사는 취업 걱정에 애를 태우고 있다.

6개월 의무연수로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있던 변호사 실업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른 바 ‘10월대란설’이다. 로스쿨 출신들은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더라도 6개월 동안은 법무법인 등에서 연수를 받아야 단독개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관 출신도 아닌 로스쿨 출신의 단독개업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펌이나 개업변호사의 고용 변호사로 취업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중소형 로펌과 개인변호사 사무실에서 비용 문제로 연수 기간 종료 이후 연장계약을 기피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에서 4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A법무법인은 얼마 전 사법연수원 출신 1년차 변호사 2명을 내보낸데 이어 내달에는 로스쿨 출신도 내보낼 생각이다. 이 법인 소속 K변호사는 “월 200만원도 괜찮다고 해서 6개월 데리고 있었지만 연수 기간이 끝나면 앞으로 월 400만원은 줘야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대표가 다른 곳을 알아봐 주겠다고 한다”는 등 취업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카페 게시판에는 종래 법무사들이 취급하던 소액사건 전담 법률사무실을 함께 만들자는 동업제안도 올라와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아직까지 남아있는 의무연수생은 220명. 4월1일 390명으로 출발했는데 연수 도중 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많이 줄었다. 이들 중에는 직장이 독립변호사로 인정받는 조건(경력 5년 이상 변호사 상근)을 맞추지 못해 대한변협에서 위탁교육을 받는 이들도 있지만 다수가 취업에 실패한 ‘실업 변호사’들이다. 대한변협 이병주 기획이사는 “변협에서 취업정보센터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예상과 달리 중소기업들이 채용공고를 내는 것을 보면서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계약 연장에 성공한 변호사들은 연봉 등 임금 조건이 최대 관심사다. 서초동의 K변호사는 “운좋게도 선배가 대표로 있는 사무실에 채용돼 연수 중에는 세전으로 월 400만원 정도 받았고, 연수가 끝나면 500만원으로 오를 것 같다”며 “사건수임 인센티브를 몇%로 하느냐, 식비와 교통비가 따로 나오느냐가 협상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귀띔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