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강과 호수에서 발생한 녹조(綠藻) 현상이 비가 오고 폭염이 주춤하자 사라지기 시작했다. 초록빛으로 물들었던 강물이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정부와 국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하지만 그동안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일부 환경단체들은 사라지는 녹조현상을 매우 아쉬워하는 것 같다. 4대강의 보가 녹조를 발생시켰다는 주장을 계속해야 하는데 시각적 소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녹조현상은 수중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잉 성장하는 것으로 원인은 간단명료하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물질(인, 질소 등과 같은 비료성분)이 풍부하고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며 강렬한 태양빛이 공급되면 발생한다. 마치 초원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과 같은 원리다. 차이가 있다면 녹조는 단세포 생물이기 때문에 적절한 조건만 주어지면 단 며칠 만에도 폭발적으로 증식(增殖)한다는 것이다.

녹조현상은 수생태계 건강성의 기초가 되고 수돗물 공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까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매우 활발한 연구가 이뤄져 왔다. 최근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의 발달로 정확한 예측까지 가능하게 됐다. 국내에서도 이미 많은 연구가 이뤄졌으며 계절과 장소에 따라 서식하는 종(種)의 특징, 생육조건, 생산물질, 냄새유발, 수돗물에 미치는 영향 등 많은 것들이 규명됐다. 아울러 녹조현상이 발생했을 때 안전한 수돗물을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원인이 간단명료하고 많은 사실이 과학적으로 규명된 녹조현상이 지금 국민들에게는 바르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부 환경단체와 언론매체들의 잘못된 정보 전달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녹조현상이 발생하자 이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의 보에 의해 유속(流速)이 느려져 발생했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녹조현상이 수돗물에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공포감마저 조장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녹조현상은 물의 속도와 무관하다. 유속이 빠르고 느림에 상관없이 영양물질, 온도, 빛의 조건만 맞으면 폭발적으로 증식하는 것이 녹조생물이다. 만약 유속을 느리게 한 보가 원인이었다면 서울의 한강은 녹조현상이 매년 반복돼야 한다. 1980년대 신곡과 잠실에 보가 설치돼 약 1억t의 물이 차 있고 흐름이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수백 개의 보가 있는 유럽의 라인 강, 센 강, 다뉴브 강, 미국의 미시시피 강, 오하이오 강 등은 녹조로 범벅이 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녹조는 보와 댐으로 물 관리가 이뤄지는 유럽이나 미국의 강보다, 대만이나 필리핀, 남아시아 등과 같은 아열대 지방의 보 없는 강에서 반복되고 있음을 눈여겨 봐야 한다.

4대강 사업은 오히려 녹조현상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 과학적인 설명에 가깝다. 수변정비, 퇴적물 준설, 유입 오염원 차단, 하수 고도처리 등으로 영양물질이 감소했고, 보가 수심을 깊게 하고 수량을 풍부하게 해 폭염에도 수온 상승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수질 조건에서는 수심이 깊은 물이 수온 상승률이 낮아 녹조발생 빈도가 줄어든다는 사실이 잘 말해준다.

이번 사태로 안전한 수돗물 생산에 가장 많은 노력과 비용을 투자한 서울시도 최근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와 녹조현상은 무관하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으로 3개의 보가 만들어진 남한강은 녹조현상이 나타나지 않은 반면, 보 건설이나 준설이 없었던 북한강에서 심각한 녹조가 발생해 팔당호와 한강 본류에 있는 취수원까지 밀려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강우량이 계속 늘어나고 기온이 더 떨어지면, 4대강의 보는 그대로 있어도 지금의 녹조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원인이 제거되면 현상도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기 때문이다. 이 때 국민들은 녹조는 가뭄과 폭염 때문이지 보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환경단체는 이제 더 이상 사라지는 녹조를 아쉬워하지 말고 과학적인 이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석순 <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ssp@ewh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