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는 “우리 정치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보다 제도화해 깨끗하고 신뢰받는 정치로 바꿀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15일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 육영수 여사 제38주기 추도식’에서 유족대표 인사말을 통해 “정치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공천헌금 문제 등을 척결하고 부정부패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박 후보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을 때 정치개혁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공천비리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며 “박 후보 입장에서는 더욱 강도 높은 쇄신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측근인 이정현 최고위원은 13일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박 후보는 정치권의 비리 척결이나 사정기관의 근본적 개혁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공천헌금 사태에 대해 사과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박 후보가 출마 선언을 즈음해 공언했던 상설특검제와 특별감찰관제를 조기에 입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에 국회가 임명동의하는 특별감찰관을 둬 측근·친인척 비리를 원천 차단하도록 하고 문제가 불거질 경우 상설특검을 통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공천헌금에서 문제가 된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 등 우리 사회의 ‘특권층’ 범죄 행위에 대해선 사면을 금지하는 등 형량을 더 강하게 부과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어머니인 육 여사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머니를 기억하는 건 생전 밝은 곳보다는 어두운 곳에, 따뜻한 곳보다는 추운 곳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라며 “어머니께 부끄럽지 않고 국민의 신뢰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는 여성근로자들이 직장과 가사, 출산 등 삼중고의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마음 아파했다”며 “아이들이 꿈을 펼치고 여성들이 일을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어머니의 꿈이었는데, 이제 제 꿈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경찰 추산 1만여명의 지지자가 참석해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홍사덕 김종인 캠프 선대위원장을 비롯해 측근 의원 20여명이 참석했다. 추도식이 끝난 뒤 박 후보와의 악수를 원하는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500m가 넘는 줄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인파는 줄지 않았고, 결국 박 후보는 1시간 넘게 지지자들과 악수를 한 다음에야 현충원을 떠날 수 있었다.

한편 지만씨의 부인으로 대출비리 등으로 영업이 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고문변호사를 맡아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서향희 변호사는 불참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