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일 해리슨이 와튼스쿨 MBA(경영학석사과정) 수업시간에 발표한 사업 구상은 낙제점이었다. 골프채 드라이버 헤드 모양의 컴퓨터 마우스인 마우스드라이버라는 이름의 사업에서 엉터리 데이터를 제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해리슨은 사업을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친구 존 테데스코와 함께 1000달러를 구해 칙칙한 모양의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 다음에 컨설팅회사, 투자은행, 닷컴기업 등을 돌며 투자를 받으러 다녔다. 성공한 사업가이기도 한 로디시 마케팅담당 교수는 선뜻 2만달러를 건네줬다. 며칠 후에는 테데스코가 벤처캐피털 아이디어랩으로부터 25만달러를 투자받았다.

그러나 이 돈 때문에 해리슨은 오히려 창업에 곤경을 겪었다. 이 정도 자금이면 굳이 마우스드라이버를 하지 않고 다른 아이템을 해도 됐기 때문이었다. 해리슨과 동업하기로 한 테데스코는 투자금 중 일부만 마우스에 투자하기로 하고 나머지 돈으로 자신의 신사업을 하기 위해 떠났다. 결국 해리슨은 다른 친구 존 러스크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때마침 러스크는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퇴짜를 맞은 터였다. 해리슨과 러스크는 와튼스쿨 졸업생 750명 중 졸업 즉시 창업하는 10명에 포함됐다.

《마우스드라이버 크로니클》은 골프채 드라이버를 닮은 마우스 사업에 나선 두 친구의 스토리다.

제품 기획부터 개발, 디자인, 유통·마케팅, 재무·조직경영 등과 관련한 난제들에 대처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기록했다. 사업 아이디어와 실행 사이에는 어떤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허비해야 하는지도 설명했다.

와튼스쿨 MBA 출신인 두 저자는 안정된 직장을 거부하고 창업하며 그 고통의 과정을 느끼려는 열정을 전해준다. 이른바 기업가정신이다. 자존심이 무너지고, 몇 달 동안 돈 한푼 못 벌면서 개처럼 일을 하는 그 스릴을 몸소 체험하고 싶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들의 사업이 결국 어떻게 됐을지가 궁금해진다.

세계 정복을 위한 사업 계획은 한마디로 거창했다. 일단 미국 특허를 출원했다. 기술적으로 IBM 컴퓨터에 적합하게 디자인한 제품이었다. 2년 뒤인 1999년에는 1만7000개를 팔고, 다시 2년 뒤에는 백만장자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첫 샘플은 창업자가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디자인과 색상이 의도와 달리 제작됐다. 제품은 조금만 충격을 가해도 부서졌다. 세부 상황을 잘 모르는 유통 분야에서는 더 많은 시련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판매가 일어났다.

저자들은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이 종종 저지르는 실수들을 모두 겪었다. 수백만달러를 벌 것이란 아이디어로 모험을 시작했고 마침내 더 가치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화하고 사업 전략을 어떻게 세워 실행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들은 마우스드라이버에 대한 투자가 사실 자신들에 대한 투자였다고 회고한다.

이 회사는 2001년 2월27일자 미국 잡지에 ‘미국의 벤처기업’이란 커버스토리로 소개됐다.

안철수 교수는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업가정신’ 수업 시간에 이 책을 교재로 삼았다. 추천사에는 “실제 창업 과정을 조금도 더하거나 빼지 않고, 지루하고 단순 반복적이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행하는 모습을 그대로 적어 창업자로서의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고 썼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