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평철 NHN 넥스트 학장…"NHN보다 오래 가는 학교 만들겠다"
홍은택 전 NHN 부사장 인문학 교수로 초빙
"배움의 즐거움 알 수 있는 IT 엘리트 학교 만들겠다"

'네이버 대학'으로 불리는 NHN 넥스트는 지난해 설립 소식이 알려지자 화제를 모았다. 정원 120명, 입학생 전원에게 등록금 전액 장학금, 수업 연한은 2년 6개월(연 3학기제). 기존 국내 대학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과정이다.

내년 3월 개교를 앞두고 최근 수시모집 전형을 시작했다. 'NHN 넥스트'의 수장은 NHN CTO(최고기술임원) 출신의 김평철 학장(49·사진).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사이에서 '우상'으로 통하는 그가 대학의 학장이 됐다.

수시모집 마감이 20여일 남은 지난 9일 경기 성남 정자동 NHN 본사에서 김 학장을 만났다. 양복, 넥타이와는 거리가 먼 그는 이날도 검은색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배움의 즐거움 가르치는 학교"…홍은택 전 부사장도 '교수진' 합류

NHN 넥스트의 가장 큰 교육 목표는 'learning(배움)'이다. 왜 '배움'이라는 당연한 교육철학을 내세우고 나선 것일까. 김 학장은 "후배들에게 반드시 풀어줘야 할 숙제"였다고 말했다.

"CTO로 재직하던 시절 신입직원 채용의 최종결정은 나의 몫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에 비해 신입직원들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위 말하는 '학벌'의 수준은 더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에 몸담게 될 후배들을 위해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문제만큼은 풀자'고 생각했다. NHN을 창업한 이해진 의장(CSO·최고전략책임자)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김 학장은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겠다고 장담했다.

"원하는 것을 하려면 많은 지식과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을 충족시켜나가는 것, 이것이 배움의 즐거움입니다. NHN 넥스트에서는 교수가 문제를 풀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게 됩니다."

NHN은 실무 경험자 위주로 교수진을 구성했다. 지난 3월 사표를 낸 홍은택 전 부사장도 인문학 교수로 초빙했다. 홍 전 부사장은 네이버 뉴스캐스트의 책임자였다.

NHN 넥스트에서 '소프트웨어'만 배운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인문사회학적인 교양'을 강조한다.

김 학장은 "소프트웨어가 인문학적, 사회적 가치와 부딪힐 때 보이는 접점을 이해해야 한다" 며 "신학, 종교학, 19세기 철학 등이 여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공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끼리 교감하는 사회적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고, 이것이 세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었는지를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공부한다"는 것이 김 학장의 설명이다.

◆"IT계의 엘리트 스쿨 되겠다"

일각에선 'IT계의 서울대'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관해 김 학장은 "엘리트 스쿨로 향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일 뿐만 아니라 지향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인재들이 학교에 몰리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면서도 "'엘리트 찍어내기' 공장이 생기는 것은 늘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NHN 넥스트' 입학을 위한 사교육이 생기거나 입학 희망자들이 특정 스펙을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김 학장은 "NHN 넥스트의 신입생 선발은 철저한 '절대 평가'로 이뤄진다. 1등부터 꼴등까지 '줄 세우기'를 해서 120등까지 잘라내는 것이 아니다" 며 "입학이 가능한 우수학생이 500명이 있다면 추첨을 통해 선발할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의 인정을 받는 정식 교육기관으로 나아갈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재 NHN 넥스트는 학위 인정이 되지 않는 지식경제부 산하 비영리재단이다.

그는 "좋은 학생을 유치하고 양질의 커리큘럼을 완성하다보면 자연스럽게 4년제가 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며 "하지만 '4년제 대학'을 중요시하는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따라가기 위한 움직임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학장이 생각하는 'NHN 넥스트 졸업생의 미래'는 어떨까.

"창업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창업 투자회사들이 그들에게 투자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거죠. 지금의 현실과는 반대죠. 취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사용자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기업들이 NHN 넥스트 졸업생을 데려가기 위해 줄을 설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NHN 넥스트는 NHN보다도 오래 가야 합니다."

NHN 넥스트는 NHN이 10년간 1000억 원을 투자하며 내년 3월 판교 테크노밸리에 개교한다. 이번 수시모집을 통해 정원(120명)의 절반인 최대 60명의 학생을 선발할 예정이며 12월께 추가로 정시모집을 진행한다. 수시모집의 원서접수는 7월18일~30일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한다.

성남=한경닷컴 이지현 기자 edi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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