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예쁘니.”

중세 유럽 백설공주의 의붓어머니였던 왕비는 날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곤 했다. 백설공주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수백년이 흐른 지금, 묻는 말에 답해주는 거울은 스마트폰으로 현실이 됐다. 스마트폰에 글자를 치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 답을 얻을 수 있다. 2012년에 질문을 던졌는 데도 수백년 전 인물인 백설공주가 가장 예쁘다고 답하는 것으로 봐선 발전의 여지가 한참 남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애플·구글 치열한 경쟁

애플 '시리' 앞세워 기선 제압…구글 '젤리빈' 검색 기능에 초점
음성인식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애플이다. 지난해 10월 ‘아이폰4S’를 발표하면서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Siri)’를 선보였다.

지난달 11일 열린 개발자 콘퍼런스(WWDC)에선 한국어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음성만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메모를 할 수도 있다. 단순히 시키는 것만 하는 건 아니다. 복잡한 질문에도 그럴싸한 답변을 내놓곤 한다. 이런 식이다. “피곤해.” “한숨도 못 주무신 거예요?” “피곤해.” “운전 중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피곤해.” “제 말 들으세요, 주인님. 당장 이 아이폰 내려놓고 잠시 주무세요.” 똑같은 질문이라도 답이 매번 다르다.

구글도 애플 못지않게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WWDC에서 스마트 기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젤리빈’을 내놓으며 음성인식 기술을 대폭 강화했다. 애플이 인공지능에 주안점을 뒀다면 구글은 음성과 검색 기술을 결합하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

구글은 ‘구글 나우’라는 새로운 검색 기능을 도입하며 음성 검색 활용도를 높였다. 이 기능은 사용자의 누적된 질문과 현재 위치, 일정, 개인정보, 선호도 등을 반영해 검색 전 원하는 결과를 미리 찾아준다. 평소 특정 야구팀의 경기 결과를 자주 찾아봤다면 중간 중간 점수 현황을 알아서 보여주는 식이다.

휴대폰 제조업체들도 최근 들어 지능형 음성인식 서비스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올해 5~6월 사이에 팬택 ‘스마트보이스’, 삼성전자 ‘S보이스’, LG전자 ‘퀵보이스’가 차례대로 등장했다.

○활용 범위 ‘무궁무진’

음성인식 기술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다다른 수준이다. 하지만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애플은 자동차 회사들과 손잡고 시리를 내비게이션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구글이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안경 모양의 모바일 기기 ‘프로젝트 글라스’도 음성 입력을 기반으로 한다.

이호수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부사장은 “스마트폰을 앞에 갖다 대야만 알 수 있는 동작인식 기술과 달리 음성은 어디에서든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앞으로는 기계를 조작할 때 음성이 가장 보편적인 입력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