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 전략' 일환 한국 정부에 강력 요구
"군사협력 확대위한 필수절차" vs "자발성 배제돼 효과 제한적"


한국과 일본이 정보보호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ㆍ미ㆍ일이 군사협력의 범위와 수준을 대폭 확대해 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와 군은 정보보호협정 체결이 군사적 측면에서 두드러지는 것에 대해 상당히 당혹스런 표정이지만 정보교류협정 자체가 군사협력을 위한 필수 절차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한일간에 정보교류가 강화되다 보면 국방과 안보 정책적인 현안까지 깊은 논의가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교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연합훈련 등 보다 실질적이고 수준 높은 군사협력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28일 "앞으로 양국 간에는 대북정보 교환 뿐 아니라 정책적인 부문에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과 군사협력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중국과도 군사협력 관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정책적 변화가 없는 한 군사협력의 질적 수준을 당장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으로부터 한ㆍ일 군사협력 강화를 집요하게 요구받는 군 당국이 일본과 군사협력 강화에 신중을 기해온 것도 일본에 대한 국민감정을 거스를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번 정보보호협정의 명칭에서 '군사'라는 단어를 뺀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안보 전략의 중심축을 유럽, 중동에서 아시아로 급속히 이동시키고 있는 미국은 우리 측과 공식, 비공식 대화에서 한ㆍ미ㆍ일 3국 군사동맹의 수준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제기해 왔다.

미측이 한국에 대해 일본과 군사협정 체결 등 협력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결국 동북아시아에서 3국 군사동맹을 확고히 구축하겠다는 전략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ㆍ국방장관(2+2) 회의 공동성명에 "한ㆍ미ㆍ일 3자 협력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3자 안보협력 협조를 위한 메커니즘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문구가 명시된 것도 미측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공동성명에 명시된 '메커니즘'의 첫 단추가 이번 정보보호협정 체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KIDA의 다른 전문가는 "미측 입장에서 이번 협정을 평가한다면 한ㆍ미ㆍ일 안보협력 강화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이런 협정 등을 통해 한ㆍ일 군사협력이 확대되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평가에도 정부가 이번 협정을 비공개적으로 국무회의에서 속전속결식으로 처리한 것은 한ㆍ미ㆍ일 안보협력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협정을 체결했다기보다는 미국과 일본의 요구에 응하는 모양새가 됐고 순리대로 진행돼야 할 3국 안보협력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IDA의 백승주 박사는 "국민적인 합의로 추진돼야 할 안보정책이 절차적인 문제 탓에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해 아쉽다"면서 "중국 등 주변국에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다 한ㆍ일 정보교류 수준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국이 각각 수집한 정보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일본 측이 정찰위성 등 첩보수단을 통해 수집된 대북 정보를 적시에 우리 측에 제공해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대북정보 능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면서 "일본이 정찰위성 등을 통해 수집된 정보를 우리가 필요한 때에 제공해 주느냐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