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스위스에선 다양한 방식으로 태양전지를 만드는 기업들도 정부 보조금 없이 수익을 내고 있다. 태양광 산업의 업황이 부진하지만 인류의 미래는 결국 신재생에너지에 달려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끊임없이 연구·개발(R&D)에 나서 상용화에 도전해야 한다.”

마이클 그라첼 스위스 로잔공대 교수(사진)는 “한국 기업 중에서도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사업에 뛰어든 동진쎄미켐이나 다이솔티모와 같은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들의 미래는 유망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라첼 교수는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유럽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밀레니엄상을 수상한 석학이다. 국제적인 학술지 케미스트리월드가 2011년 집계한 논문인용지수(H-index) 순위에서 세계 11위에 올랐으며, 1991년 ‘네이처’에 실린 염료감응형 태양전지 관련 논문은 8500여건이나 인용되기도 했다.

그라첼 교수는 성균관대가 최근 주최한 제2회 성균국제솔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폴리실리콘업체 OCI가 설비 증설 투자를 잠정 중단한 것에 대해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기업들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며 투자를 독려한 탓에 폴리실리콘 가격이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 아래로 떨어졌다”며 “기업 입장에선 당연한 결정을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정형 태양전지의 원료인 폴리실리콘 국제 가격은 2008년 ㎏당 200달러를 넘었지만 이후 하락세가 지속돼 지난 6일 기준 ㎏당 24달러 선까지 내려갔다. 그라첼 교수는 “폴리실리콘 가격 하락세에 따라 태양광 사업을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지만 이런 현상은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양광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여 다양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게 그라첼 교수의 조언이다. 그는 “결정형 태양전지가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미 완성된 기술이기 때문에 효율을 더 높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기업들이 결정형 태양전지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에선 이미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를 이용해 유리창 전체를 태양전지로 바꾼 빌딩도 들어서는 등 새로운 태양광 사업 분야가 등장하고 있다”며 “새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라첼 교수가 개발한 염료감응형 태양전지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 특수 염료에 빛을 흡수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구조가 간단해 LCD(액정표시장치) 기판처럼 유리창 형태로 만들 수도 있다. 그는 “한국은 특히 LCD나 다른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태양전지에서도 다른 나라보다 다양성을 추구하기 좋은 여건”이라며 “기업들이 좀 더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을 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