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이 팽배한 지금이 창업하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조너선 오트만스 카우프만재단 이사(51·사진)는 11일 “위기를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카우프만재단은 미국인 유잉 매리안 카우프만이 8억달러를 기부해 캔자스시티에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교육을 통해 ‘기업가 정신’ 을 확산시키는 게 주된 일이다. 글로벌 ‘창업 멘토’로 유명한 오트만스 이사는 이 재단이 골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의 제안을 받아 2008년 설립한 기업가정신 함양 단체인 ‘글로벌기업가정신주간(GEW)’ 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GEW는 매해 한 차례 각국에서 열리는데 지난해에는 전 세계 123개국에서 800만여명이 참가해 4만여개의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틀 일정으로 서울 코엑스에서 이날 개막한 ‘APEC 창업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오트만스 이사는 “최근 5년간 미국에서 창출된 일자리 대부분은 설립 5년 미만의 신생기업이 만들어냈다”며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기업에 한정됐던 관심이 새로운 젊은 기업으로 옮아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홈디포, 델 등 대기업을 예로 들어 “포천지 100대 기업의 약 3분의 2가 경기 침체기에 만들어졌다”며 위기일수록 기업가정신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트만스 이사는 한국의 전반적인 창업 분위기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일찍이 창업의 중요성을 깨달아 창업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며 “창의성과 혁신을 기준으로 한국의 창업 환경은 전 세계 10위권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도 창업 기업 가운데 약 60%(5년 후 생존 기준)는 실패한다. 생존율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인간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현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며 “아이디어는 매각, 투자 등을 통해 재활용될 수 있고 사람은 또 다른 팀원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당근’보다 ‘교육’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트만스 이사는 “각국 정부가 창업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데 정책 초점을 두고 있지만 기업가정신을 키울 수 있는 효율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게 더 의미있는 일”이라며 “미국에서도 창업이 일자리 창출에 막대하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에 여야가 창업 관련 법안에 있어서 만큼은 ‘초당파’적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정책적 관심의 70~80%는 모두 창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덧붙였다.

오트만스 이사는 “창업이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생각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창의적인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깨어 있고 세계적인 감각과 일에 대한 재미로 무장한 ‘젊은피’들이 창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 카우프만재단

1960년대 1인 제약회사에서 시작해 성공한 유잉 매리안 카우프만이 설립한 비영리기관. 1990년대 기업가 리더십 센터를 설치한 이래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