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명의 리더가 있다. 첫 번째 리더는 뛰어난 지식을 가진 천재다. 그는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회의에서 자신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벙어리가 돼야 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지성과 능력을 말살시켰다. 회의시간은 항상 그의 얘기를 듣는 자리가 됐다. 지식은 한 방향으로, 위에서 아래로만 흘렀다.

지성을 다른 식으로 사용하는 리더도 있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이용해 사람들의 지성과 능력을 높였다. 그와 함께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그와 함께 하는 회의는 늘 아이디어가 샘솟는 자리였다. 팀원들은 아이디어를 키우고 도전을 이겨내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

첫 번째 리더는 사람들의 능력을 깎아내리는 ‘디미니셔(diminisher)’다. 두 번째 리더는 팀원의 역량을 몇 배 이상 끌어올리는 ‘멀티플라이어(multiplier)’다. 우리말로 하면 ‘곱셈의 승부사’라고 할까. 디미니셔는 자신이 천재일 뿐이지만, 멀티플라이어는 천재를 만드는 사람이다.

주변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이런 이상적인 리더가 실제로 존재할까. 《멀티플라이어》의 저자 리즈 와이즈먼과 그렉 맥커운은 글로벌 기업 35개 150명 이상의 임원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연구했다. 결론은 멀티플라이어와 그들의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

저자는 버락 오바마, 미트 롬니, 팀 쿡,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클루니 등이 멀티플라이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주변 사람에게서 최고의 능력을 끌어내 훌륭한 조직과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흥행의 마술사’로 불리는 감독이다. 그의 영화는 평균 1억5600만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였다. 사람들은 그의 성공을 창조적 재능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다른 감독들에 비해 스태프로부터 더 많은 것을 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그는 어린 시절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왕따와 놀림을 받고 자랐다. 그의 아픈 경험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힘의 밑거름이 됐다.

리더가 디미니셔가 될 때 직원들의 생각과 능력은 억눌린다. 직원들은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일한다. 독재자인 리더가 좋아하는 안전한 아이디어만 내놓는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미덕이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리스트만 늘어난다. 저자는 “디미니셔가 있는 조직은 제값을 주고 인재를 데려와 그 가치의 50%밖에 얻어내지 못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멀티플라이어의 특성을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능력 있는 사람을 모으는 ‘재능자석’, 열정적인 환경을 만드는 ‘해방자’, 기회를 제공하는 ‘도전자’, 타당한 결정을 이끌어내는 ‘토론주최자’, 다른 사람들이 성공하도록 만드는 ‘투자자’다. 저자는 이 특징은 천성적인 것이 아니며 후천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다섯 가지 특성 중 한 가지를 닮으려고 노력하라는 등 구체적인 방법론을 조언한다.

저자는 한국 기업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그는 “전통적인 한국 기업의 ‘위로부터 아래로의 경영 방식’이 평면적 조직에 익숙한 해외에서는 낭패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시장과 고객을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지 인력이 가진 재능을 활용할 줄 아는 멀티플라이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해외시장에서의 성공은 허울뿐이거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