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텔레콤 자회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가 ‘네이트온톡’을 출시했을 때는 아무 말도 없다가 이제서야 이동통신사들이 격한 반응을 보여 이해가 안 갑니다.”

이석우 카카오 공동대표(46·사진)는 지난 4일 시작한 카카오톡의 무료 음성통화(mVoIP) 서비스인 ‘보이스톡’에 이동통신사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NHN의 법무담당 이사, NHN 미국법인 대표 등을 지낸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제범 공동대표와 카카오를 함께 이끌고 있다.

국내 가입자만 3500만여명인 카카오톡이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소비자들은 “쓸 만하다”며 반기고 있지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은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

○“보이스톡은 보완재일 뿐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우선 “보이스톡은 음성통화를 대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통사가 매출 감소를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카카오톡의 문자 서비스는 이통사 문자 서비스의 완전한 대체재였지만 보이스톡은 보완재에 불과하다”며 “음성전화가 왔을 때나 데이터망이 좋지 않으면 이동 중에도 끊기기 때문에 문자 채팅을 하다가 음성 대화가 필요할 때 잠시 쓰는 정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음성통화 수익 감소와 망 유지비 증가를 거론하며 mVoIP를 이용할 수 있는 요금의 하한선을 5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통신 요금제는 통신사의 고유 정책이므로 우리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카카오톡의 보이스톡을 빌미 삼아 요금 인상안을 꺼내는 것은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네이버(라인), 다음커뮤니케이션(마이피플), 스카이프, 바이버 등 국내외 다른 업체들도 이미 mVoIP를 서비스하고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요금 인상이 관철되지 않으면 일본 NTT도코모와 소프트뱅크처럼 mVoIP를 차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적으로 이통사가 보이스톡을 차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하지만 스마트폰 도입으로 무료 문자서비스와 mVoIP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서비스 차단까지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쟁사 때문에 늦출 수 없었다”

이통사가 주장하는 정책 규제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통사들은 카카오톡이 3500만명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음성통화 고객을 확보한 만큼 이통사처럼 통신 관련 법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대표는 “보이스톡은 음성망을 이용하거나 이동통신 재판매(MVNO)처럼 서비스를 하지 않고 데이터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법리상으로도 맞지 않은 의견”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보이스톡 서비스를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내외 대부분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업체들이 mVoIP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다. 일부 카카오톡 이용자는 문자 메시지는 카카오톡으로 주고받고 음성통화는 다른 메신저를 사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mVoIP 서비스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은 출시 시기를 조율하며 1년 전부터 mVoIP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톡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망을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용자와 모바일 서비스 회사, 이통사 모두 윈윈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