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62)은 30일 오전 검은 바지, 검은 셔츠에 파란 운동화 차림으로 서울 더플라자호텔 인터뷰 장소에 부인과 함께 나타났다. 그는 “포스트 PC(개인용 컴퓨터) 개념에 동의하지만 PC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갈수록 쓰기 편해질 것이라는 뜻으로 ‘인간화(humanness)’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워즈니악은 “대용량 작업이 아니면 (PC에서) 사용하기 편한 기기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 PC에 대해서는 “적은 돈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단순한 기기”라고 정의했다.

포스트 PC가 어떤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사용하기 편함”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오래 전 애플에서 컴퓨터를 개발할 때부터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사용하기 편한 쪽으로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복잡해진 측면도 있지만 모바일 기기는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워즈니악은 “예전 컴퓨터는 편하기보다는 우리가 익숙해졌다고 보는 게 맞다”며 아이폰4S에서 본격 도입한 음성 명령에 큰 기대를 표시했다. “이제는 사람이 실수해도 컴퓨터가 이해하기 시작했다”며 “이런 게 내가 말한 인간화”라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해서는 “아주 좋은 개념”이라며 “미래 컴퓨터는 클라우드를 쓰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했다. 사람들이 돈을 집에 보관하지 않고 은행에 보관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워즈니악은 그러나 “모든 자료가 클라우드에 있다면 내것이 아닐 수도 있다”며 “지난 5년을 돌아보면 클라우드의 단점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금 사용하는 폰을 보여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워즈니악은 바지 주머니에서 아이폰4S를 꺼내더니 “아이폰 언록(잠금 해제)”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이폰 잠금을 풀어 해외에서는 ‘로컬 유심(사용자 식별카드)’을 꽂아 사용한다고 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해커 기질’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워즈니악은 “한국은 미래 기술을 개발할 영감과 아이디어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국가”라며 “이런 측면에서 미국은 많이 쇠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서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는데 이들을 높이 평가하고 독려하고 싶다”고 했다.

애플 공동 창업자로서 경쟁사인 삼성 제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삼성 제품을 매우 좋아한다”며 “애플을 제외하곤 삼성 제품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갤럭시탭은 크기가 마음에 들지 않고 기능도 별로였는데 갤럭시폰은 아주 좋아한다”며 “스마트TV도 삼성 제품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에 조언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워즈니악은 “조용한 곳에 연구소를 짓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시간에 쫓기지 않고 압력도 받지 않고 차분히 생각하며 연구할 수 있게 배려해주면 좋을 것”이라며 “그곳에서 유사 제품이 아니라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최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즈니악은 31일 오전 한양대가 주최하는 ‘IT 콘서트’와 이날 오후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리는 ‘제주포럼’의 ‘스티브 워즈니악과의 대화’ 세션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