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의 '선심'…지자체 4만명 정규직 전환
민주통합당 소속 9개 시·도와 92개 시·군·구가 2014년까지 지방청사와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및 파견·용역직 등 비정규직 3만~4만명을 모두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무기계약직은 고용과 노조활동이 보장되는 정규직이나 임금 수당 등에서는 일반정규직과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국민들의 혈세로 ‘철밥통’만 늘려주는 것 아니냐며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열린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 민생정책협의회에서 각 지자체가 2014년 6월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한 광역단체는 서울시 인천시 광주시 강원 충북 충남 전남 전북 경남 등 모두 9곳이다. 기초단체는 서울 노원구, 경기 성남시, 광주 광산구 등 92곳이다. 이 의장은 “헌법에 규정된 ‘차별 금지’의 정신을 구현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며 “각 행정 관청은 물론 산하기관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공공부문에서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계약직, 파견·용역직 포함)은 약 34만명 규모로 이 가운데 5만7000여명이 지자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만 3만~4만명가량 될 것으로 추산된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취합이 끝나지 않아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재정 소요액을 추정해본 결과 기초단체 기준으로 많게는 연 50억원, 적게는 7억~8억원 정도가 더 들어가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재원 조달을 위해 중앙정부 교부금을 늘리고 전시성 사업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지자체가 전국적으로 이를 시행하면 다른 지자체는 물론 기업들에도 엄청난 부담요인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민간에서는 사업을 하다가 효율성이 떨어지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할 요인이 있지만 공공부문은 그렇지 않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되면 앞으로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 정책위 관계자도 “정규직화하면 나태해질 수 있다”며 “이것보다는 차별을 없애는 게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