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뒷골목 '꼬마빌딩'의 반란
서울 도곡동에 거주하던 김씨는 지난해 가을 20억원짜리 아파트를 처분하고 지하철 6호선 상수역 인근의 허름한 단독주택을 10억원에 매입했다. 대지면적이 133㎡(40평) 남짓한 이곳에 5층 건물을 짓는데 들어간 돈은 건축비(4억원)까지 총 14억원. 김씨는 남은 돈으로 판교의 전세아파트를 구했다. 지난달 완공된 이 건물의 상가와 사무실에서 나오는 월 임대료는 1300만원에 이른다.

월세가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이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이면도로에 들어서는 소형 빌딩(5~7층)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규모가 작아서 속칭 ‘골목빌딩’으로 불린다. 도심 자투리땅에 건축이 가능한데다 임대수요도 풍부해 연간 수익률이 10%에 육박한다는 게 개발업계의 설명이다.

○수익률 10%…도시형주택보다 높아

역세권 뒷골목 '꼬마빌딩'의 반란
상가·사무실 겸용의 골목빌딩은 건축법상으로는 근린생활시설에 해당한다. 대지 130~165㎡(40~50평)짜리 작은 땅에서도 건축이 가능하다. 일반주거지역에도 지을 수 있어 나대지는 물론 단독·다가구주택을 허물고 신축할 수도 있다. 1~3층은 대부분 카페나 레스토랑, 4~5층은 사무실로 임대된다. 월세는 층별로 점포와 사무실 한 개당 100만~350만원 선이다. 시중은행 금리 두 배 이상의 수익률이다.

자투리땅 개발업체인 한국예건의 최문섭 사장은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신축 골목빌딩 점포나 사무실의 경우 권리금이 없어 매우 선호한다”며 “20억원 안팎의 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이 최근 들어 골목빌딩 신축에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서울지역 자치구들에 따르면 서교·상수·구의·신도림·구로동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골목빌딩 신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홍대 상권을 끼고 있는 서교동은 작년 한 해 전체 건축허가(57건) 가운데 절반가량인 26건이 근린생활시설(소형 상업용 빌딩)이었다. 마포구 관계자는 “전체 건축허가 건수 가운데 근린생활시설이 20% 안팎이지만, 서교동 등에서는 40~50%를 웃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기준이 도시형 생활주택 등 소형주택보다 유리한 것도 인기요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주차기준이 전용면적 60㎡당 1대인 반면 골목빌딩은 134㎡당 1대이다. 서교동의 중개업소 부동산샵의 나유정 사장은 “요즘 들어 도시형주택은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바람에 골목빌딩 신축용 땅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후빌딩도 ‘점포+사무실’형으로 개조

역세권 이면도로 주변의 노후 다가구주택·모텔 등을 골목빌딩으로 개조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서울 창천동 신촌 명물거리에서 이화여대로 올라가는 방향의 이면도로가 대표적이다. 5년 전만해도 성인카페나 허름한 모텔 등이 즐비했던 이곳이 최근 노천카페·이자카야 등 젊은층 대상의 맛집으로 대거 탈바꿈됐다. 이곳에서 3층짜리 모텔을 복층식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H씨는 “3억원을 들여 외벽과 내부를 개조했다”며 “외형 디자인에 신경을 쓴 바람에 이 일대에서는 랜드마크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골목빌딩이 눈길을 끌면서 2~3년 새 땅값도 15~20% 정도 뛰었다고 덧붙였다.

이정선/ 정소람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