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에 세계 각국에서 3D(차원)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주변 국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가 갈 길을 빨리 정해 뛰어야 합니다.”

구재모 2012 서울국제3D페어 집행위원장 겸 산타페국제3D워크숍 아시아지역 코디네이터(공주영상대 교수)는 “3D 영상물이 지난 10여년간 세계 미디어·콘텐츠업계를 지배해온 HD(고선명 영상)산업 이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산타페국제3D워크숍은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 미디어 콘텐츠 제작업계의 최신 기술 정보를 교류하는 포럼. 문화체육관광부가 오는 15~1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여는 ‘2012 서울국제3D페어’의 공식 부대행사다.

“세계 미디어·콘텐츠 업계는 2007년부터 HD산업 이후 차세대 먹거리로 일본의 울트라HD와 미국의 3D산업 중 무엇을 택할까를 놓고 고심했습니다. 가전제품 및 장비시장에서 HD가 포화상태여서 새 성장동력이 필요해진 거죠. 2009년 영화 ‘아바타’ 이후 3D로 방향이 잡혔고 성장세가 확실해졌습니다. 3D는 고부가가치 프리미엄 산업으로 2~3년 뒤 전체 콘텐츠의 30%를 차지할 것입니다. 산업 규모로는 40~50%로 확대될 겁니다.”

미국과 유럽, 중국이 3대 축으로 3D산업의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미국은 영화업계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고, 유럽은 방송업계, 중국은 정부의 전략산업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할리우드 주요 흥행작들은 3D로 제작합니다. 2년 전 흥행 ‘톱10’ 중 7편이 3D영화였고 작년에는 8편이었어요. 올해 개봉하는 윌 스미스 주연의 ‘맨인블랙3’,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 피터 잭슨 감독의 ‘호빗’ 등이 모두 3D영화예요. 촬영 단계에서 3D카메라를 활용하거나 2D로 촬영한 뒤 3D로 컨버팅하는데, 컨버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죠.”

미국 방송업계에서는 3D스포츠가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빈스 페이스 촬영감독이 캐머런페이스그룹을 설립해 미식축구와 US오픈 테니스경기 등을 3D로 중계했다. 약 30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활용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3D 중계차도 보유했다.

“3D방송산업은 영화보다 훨씬 큽니다. 삼성과 LG가 3DTV 시장을 석권했지만 한국은 그것뿐입니다. 스크린다이제트에 따르면 2010년 말 전 세계에서 81개의 3D채널이 등장했는데 이 중 53%가 유럽에서 나왔어요.”

주요 기업으로는 영국 B스카이B와 일본 NHK가 3D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오렌지TV가 지난해 11월 3D방송을 시작했다. 미국 내셔널지오그래픽과 디스커버리, ESPN도 연내 3D채널을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3DTV 출하량은 전 세계에서 3247만대였으며 이 중 필름패턴편광 방식이 1790만대, 셔터글라스 방식은 1457만대였다. 삼성전자는 3DTV 판매를 늘리기 위해 중국에서 일본 업체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했고 LG전자는 유럽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중국은 3D산업의 새 메카로 부상했습니다. 국가광전총국이 올초 6개 채널에서 3D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어요. 2015년까지 10개 채널로 늘릴 계획이랍니다. 콘텐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죠. 중국 콘텐츠 유통업자가 최근 한국에 와서 3D콘텐츠를 전부 사겠다고 했는데, 수량이 너무 적어 실망하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중국 평판TV 도시소비자 수요 보고서는 3DTV 수요가 폭증하면서 올해 중국에서 600만대의 3DTV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소비자의 74%가 3년 내에 3DTV를 사겠다고 답했다. CCTV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3D로 방송한 데 이어 올해 런던올림픽 3D중계권도 확보했다.

“한국 3D산업은 크게 뒤떨어져 있습니다. 올레TV가 서비스하는 3D콘텐츠는 40여편인데 이 중 한국산은 4~5편에 불과합니다. 프로그램도 턱없이 부족하고요. 그런데도 지식경제부는 3D산업 육성에 소홀합니다. TV는 삼성과 LG가 알아서 하니까 지원할 필요가 없고 콘텐츠는 자기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문화부는 3D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지만 예산이 부족합니다. 올해 서울국제3D페어가 각국의 3D산업 실태를 점검하고 우리의 길을 모색하는 중요한 자리가 될 겁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