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소득 '2만弗 vs 3만弗' 어느 것이 맞나요?

Q. 지난달 30일 한국경제신문 기사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을 2만2489달러로 발표했습니다. 한편 또 다른 기사에서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3만달러를 넘었다고 보도됐지요.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어떤 것이 맞나요?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전 세계에서 몇 위 정도입니까? 제가 느끼는 소득은 통계에 나온 수치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런가요? 다른 이유가 있나요?


A. 우선 첫번째 질문에 대해 답변부터 드리면 둘 다 맞습니다. 적용되는 기준환율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한거죠. 한국은행의 2만2489달러는 원화기준의 1인당 국민총소득 2492만원을 2011년 중 평균 시장환율인 달러당 1108원으로 환산한 것이고, 기획재정부의 3만700달러는 같은 원화기준 금액을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구매력평가환율인 809원을 적용, 전환한 겁니다.

○시장환율과 구매력평가환율의 차이

국가 간 소득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각국의 소득을 똑같은 화폐단위로 환산해야 해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 중국, 일본의 소득을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는 원화, 중국은 위안화, 일본은 엔화로 표시된 수치를 비교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국의 소득을 모두 미국달러기준으로 환산해야 합니다. 이때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대미달러 시장환율을 사용하죠.

그런데 외환시장에서 결정되는 환율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 산출되는 구매력평가환율(Purchasing Power Parity, PPP)이 있습니다. 이 환율은 각 나라의 물가수준 차이를 각국에 대한 서베이를 통해 추정한 거죠. 이에 따라 각국의 구매력을 잘 반영하는데 달러로 같은 소득이라 하더라도 물가가 비싼 나라에 사는 사람이 훨씬 구매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한 끼 식사가 동남아시아에서는 300원, 우리나라에서는 6000원인 경우 각자 하루 1만원(국제통화로 가정)을 똑같이 번다고 한다면 동남아시아에 사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보다 20배가량 더 큰 구매력, 즉 소비능력을 가져요. 이와 같이 물가차이를 감안, 만든 환율이 구매력평가환율이에요.

○구매력평가환율은 어떻게 만드나요?

구매력평가환율은 국가 간 구매력을 동일하게 만드는 환율이에요. 빅맥지수가 가장 간단한 예입니다. 예를 들어 햄버거가 우리나라에서 3700원이고 미국에서는 4달러20센트인 경우 우리나라의 구매력평가환율은 3700원/4달러20센트, 약 달러당 881원이 되죠.

하지만 이와 같은 빅맥지수, 카페라떼지수 등은 작성 및 이해가 간편한 반면 똑같은 상품이 비교대상 국가 모두에서 거래되고 있어야 하며 특정 상품에 국한된 비교이므로 대표성이 떨어집니다. 국민소득과 같은 공식통계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워요.

대신 국제연합(UN),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IMF 등과 같은 국제기구가 국제적 비교작업을 통해 작성한 구매력평가환율을 이용하죠. 세계은행의 국제비교작업(ICP : International Comparison Program)은 1970년을 대상으로 시작한 이래 1973, 1975, 1980, 1985, 1993, 2005년을 기준으로 이뤄졌으며 현재는 2011년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작업량이 방대해 부정기적으로 실시함에 따라 위의 조사대상기간이 아닌 시점은 각 기구가 개별적으로 연장하고 새로운 관련 자료가 추가되는 경우 자체적으로 조정함으로써 구매력평가환율은 국제기구별로 다소 달라요.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2010년 구매력평가환율을 세계은행은 달러당 827원, IMF는 800원, OECD는 825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에서 몇 위 정도인가요?

세계은행은 국가별 1인당 국민총소득을 주기적으로 공표하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이 2010년 자료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215개 국가 중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은 시장환율기준으로는 55위, 구매력평가환율기준으로는 44위입니다. 그런데 세계 1, 2위인 모나코나 리히텐슈타인은 전체 인구가 3만여명 수준에 불과하는 등 국가비교의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죠. 이에 따라 인구기준으로 우리나라 규모에 걸맞은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인구 4000만명 이상 33개국가 중에서는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8위입니다. 즉 인구가 적은 소규모 국가들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어요.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적으로 상위인데도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그렇지 못한 것 같은데 그 이유는?

간단히 설명하기 쉽지는 않지만 다음 두 가지로 이해해 보죠. 우선 사람들은 절대적인 소득수준보다는 이전에 비해 소득이 늘어난 정도, 그리고 명목상 소득이 아닌 그 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을 통해 체감경기를 느끼기 때문이에요. 즉 실질적인 구매력의 변화를 체감하는 거죠.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민총소득은 5.6% 증가한 반면 실질 구매력 지표인 실질 국민총소득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데 그쳤습니다. 따라서 전년과 구매력 변동을 느끼기에는 낮은 수준이에요.

또한 1인당 국민소득은 평균 개념으로서 개별 국민들의 소득 변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국민들의 평균적인 구매력이 1.5% 늘어났다는 것은 일부 국민들은 소득이 1.5% 이상 늘어난 반면 그 나머지 국민들은 소득이 줄어들거나 그보다 낮게 늘었다는 것을 뜻해요.

즉 소득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전년보다 줄어든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좋을 수가 없겠죠. 이 외에 기업들이 벌어들인 소득도 1인당 국민소득에 포함되는데 이를 개인들이 체감하기는 어렵습니다.

박영환 < 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 과장 >


◆ 독자 퀴즈

이것은 일반적인 환율이 통화의 구매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함에 따라 국가별 물가수준 차이를 고려함으로써 구매력을 반영하고자 만든 환율입니다. 국제기구들의 협력을 통해 작성하여 국가 간 소득을 비교하는 데 사용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1) 기준환율
(2) 구매력평가환율
(3) 시장평균환율
(4) 고정환율
(5) 고시환율


▷퀴즈 응모요령 :‘한경닷컴 재테크’(http://www.hankyung.com/ftplus) 코너에서 매주 토요일까지 정답을 맞힌 응모자 중 추첨을 통해 10분께 CGV 영화상품권을 2장씩 드립니다. 당첨자는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