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집중분석] 모바일TV 서비스, 일본에 추월 당하나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적자에 허덕이는 사이 모바일TV 서비스에서 일본에 추월당하게 됐다. 일본 1위 이동통신사 NTT도코모는 다음달 1일 지상파 DMB보다 4배 선명한 ‘모바캐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지상파 DMB 기술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불리해지게 됐다.

지상파 DMB는 이동통신과 별개의 주파수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전송하고 휴대폰 태블릿PC 등으로 시청하는 모바일TV의 일종으로 2005년 12월 한국이 맨먼저 상용화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한 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황태자에서 버려진 자식으로

NTT도코모는 다음달 1일 ‘모바캐스’라는 모바일TV 방송을 시작한다. 기술 방식은 기존 ‘원세그’에서 진화한 ‘ISDB-Tmm’이며 해상도(720×480)는 지상파 DMB(320×240)의 4.5배 수준이다. 요금은 월 420엔(5700원). 방송 프로그램은 물론 전자책, 비디오 등도 전송할 예정이다. 재난방송도 하고 자체 채널(뉴스 등 3개)도 운영한다.

일본은 개선된 기술과 유료 서비스로 살길을 모색하는 한편 ‘원세그’ 기술을 수출했던 브라질 등 중남미를 중심으로 후속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수익 모델 부재, 적자 누적, 투자 부진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바람에 방송통신위원회가 위원장의 해외출장 때마다 DMB 기술 수출을 타진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방통위는 지상파 DMB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단말기 출고가에 요금을 추가하는 방안, 재난방송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종합편성 채널 개국, 지상파-케이블의 재송신료 분쟁 등에 휘말려 지상파 DMB는 뒷전으로 제쳐놨다. 이제는 방통위 내부에서도 담당 부서, 담당자조차 잘 모른다.

◆힘겨운 중계기 점용료 싸움

지상파 DMB는 국민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 공공 서비스’로 출발했다. 당시 정통부는 광고를 붙이면 충분히 운영비를 뽑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고 자본금마저 거의 까먹은 상태다.

이 와중에 철도시설공단이 분당선 일산선 과천선의 지상파 DMB 중계기에 대해 DMB 사업자들한테 60억원의 점용료를 내라고 최고장을 발송하면서 분쟁까지 생겼다. DMB 사업자들은 서울지하철 1~9호선의 10배가 넘는 점용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중계기를 철수하겠다고 선언했고 방통위가 나서 말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는 지상파 DMB를 재난방송용으로 활용키로 했고 국회에는 이를 지원할 법률 개정안이 상정됐다. 개정안에는 재난방송용 설비를 시설주체가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국 터널 지하철 등지에 재난방송용으로 중계기가 설치돼 지상파 DMB 커버리지가 넓어진다. 그러나 법안처리는 무산됐다.

◆천덕꾸러기 다시 보기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적자가 계속되자 KBS MBC SBS 등은 지상파 DMB 대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K플레이어’ ‘푹’ ‘고릴라’ 등 모바일 앱을 개발해 이동통신망을 통한 모바일TV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 그러나 이동통신사들이 4세대 LTE 서비스에서 기존의 데이터 무제한요금제를 없애면서 상황이 다시 꼬였다.

모바일 앱을 통한 모바일TV 서비스에 현행 LTE 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프로야구 한 경기만 시청해도 한 달 데이터 한도가 소진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게다가 이동통신사들은 트래픽이 급증한다며 망 사용 사업자들한테 투자비 분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양측은 현재 ‘망 중립성 및 트래픽 관리’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방통위도 모바일TV 트래픽을 이동통신망에 쏟아부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런 측면에서 지상파 DMB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책 방향이다. 퇴출시키는 게 맞다면 더이상 ‘활성화’ 운운할 필요가 없다.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본다면 보편적 공공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든지 일본처럼 시장에 맡겨 유료 서비스도 시도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